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도 놀이를 강조하며 유치원 현장을 놀이 중심으로 채우려 한다. 이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공통된 연구결과를 반영한 당연한 방침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유치원에서 놀기만 하다가 돌아오는 유아들을 보는 부모들은 학업이 뒤처지는 아이가 될까 봐 불안해한다.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는 현실은 참기 어려운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유치원, 학원, 학습지 업체는 부모의 욕구에 부응해 열심히 영리와 부모의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교육청에서도 민원을 고려해서 오후에는 학습지나 주입식 예체능 등 어떤 활동도 괜찮다며 눈감아준다. 어른들의 비논리적이고 비양심적인 타협에 멍드는 것은 유아들이다.
유아들이 오전에는 놀이에 적합한 뇌를 발달시키고, 오후에는 암기하는 뇌를 가동하는 것이 아닌데, 적당히 타협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발성, 창의성, 의사소통, 사고력 등 정작 중요한 발달을 할 기회를 잃는다. 주입식 교육은 짧은 시간이라도 자율적으로 사고하는 뇌를 망가뜨리고 학습 의욕을 앗아간다. 스스로 사고하고 탐구하여 어려운 과제를 해내는 만족감을 유아기에 발달시키지 못하면 학습 동기를 갖는 것이 어려워진다.
힘든 사고 과정 없이 주어진 과제만 하는 것은 쉽게 학습하고 싶어 하는 습관을 만든다. 그러는 사이 유아기에 학습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즉 ‘학습지 하기 싫다’, ‘선생님이 하라는 것을 하는 것이 재미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평생 학습자로서의 자주적인 삶은 망가진다. 이런 의식이 만들어지면 돌이키기 매우 어렵다. 학습을 억지로 참고 하더라도 성과는 줄고, 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학령기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간파한 사교육 업체는 재미있게 태블릿으로 학습을 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선전한다. 그 방법은 더 무서운 함정이다. 주체적인 사고나 비판 없이 수월하고 재미있게 주입하면서 수박 겉핥기 공부를 주입하는 것이며, 스마트기기에 대한 거부감을 없게 만들어서 독서를 하고 사고할 기회를 영원히 멀어지게 한다.
놀기만 하니 불안하고, 불안하니 주입식 교육을 답습하는 불행은 놀이를 잘못 해석하거나, 적당히 순화하고 현실에 타협하여 직언하지 못하는 교육전문가들에게 책임이 있다. 전문가들은 연구결과에 기반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유아기에 발달에 적합한 놀이는 유행을 따라 하는 게임, 캐릭터, 만화, 스마트기기 등이 소재가 되는 그런 놀이가 절대 아니라는 것. 교육기관에서의 바람직한 놀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방법론적인 사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주입되는 방식의 교육은 유아기에 매우 치명적인 발달의 독이 되어 평생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부모들에게 알려 주어야 할 책무가 전문가들에게 있다. 불행하게도 주변에 그런 전문가가 없다면 부모들이 더 많이 공부하고 단단해져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6.09. 14.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