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장학을 위해서 교사들이 다른 학급에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 장학의 목적은 유아들의 발달상황을 살펴보는 것과 다른 교사들의 수업방식을 통해서 서로 배움의 기회를 얻는 것이다. 매년, 이 시기쯤 되면 유아들의 행동과 분위기에서 담임교사의 영향력이 느껴진다. 한 학기 이상을 담임교사와 함께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며, 담임과 유아간의 라포형성(Rapport building)이 원만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사의 자질에 대해 높은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내가 유치원 교사를 시작한 시기에 유아들은 대부분 2시간 안팎으로 교사와 생활을 하였었다. 그 당시는 세계적으로도 교육기관에서 장시간 유아교육을 하는 것을 권장하지도 않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종일 탁아 하는 수준이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교사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이 누적되지 못했고, 유아가 교사와 있는 시간의 비중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유아교사의 양성기준도 느슨하였다. 우리나라는 정교사 양성이 2년 교육과정부터 있었고, 어린이집의 전신인 놀이방, 보육소 등은 6개월, 혹은 무자격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아와 교사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도 4시간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유아교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유아교사의 높은 자질을 요구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아직 자격기준이 이전에 머문 경우도 많다. 유아를 지도하는 교사는 유아들의 특성을 잘 알고, 놀이가 교육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사의 전문적 능력은 유아 발달에 치명적이지만 쉽게 얻을 수 없다. 교사 양성과정만으로는 체득하기 어렵고 끊임없이 이론과 실제를 적용하며 스스로 확신을 느껴야 차츰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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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이: 선생님, 우리 반은 스트레칭을 할 때도 있고 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 해솔: 바쁜 날은 못 하고 안 바쁜 날은 해요.
- 타 학급 교사: 그러면 아침 인사 하는 방법을 선생님에게 알려주세요.
- 용이: 날짜 먼저 알아보고 요일 노래해요.
- 리아: 영어로도 해요.
장학과정에서의 일화 중 하나이다. 석성숲유치원은 연령별로 진행하는 수업 활동은 같지만 각 교사에 따라서 미세한 차이가 있고, 그 학급의 문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모님이나 옆 반 교사도 모르는 교사와 유아들 간의 문화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유아들과 교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제대로 된 유아교육이 가능하다.
교사:내일은 봄벼리반 선생님께서 봄새별반으로 오신대요.
송이:(생각하며)그럼 금요일에는 봄햇살반이요.
교사:왜 봄햇살반이라고 생각했어요?
송이:왜냐하면 반복해서 돌아가면서 교실을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다음은 봄햇살반에 가실 줄 알았어요.
위 내용은 봄 반의 대화이다. 봄반 유아들도 유치원의 일상에 대해서 꿰뚫어 보고 있을 만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부모님이라면 송이처럼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이 속해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소소한 집단문화가 있듯이 유아들도 유치원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집단의 문화를 알아가는 존재이다.
어린이들과 숲에 나가기 전에 놀이터 장소에 관해서 이야기 나눈 뒤, 식사 후 먼저 식사가 끝난 어린이부터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늦게 등원해서 오전에 함께 이야기 나누지 못했던 용이는 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의 일과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듯이 수업과 놀이가 이어지는 것이 그동안 연구로 밝혀진 최적의 교육이며 석성숲유치원의 교육방법이다. 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유아들이 유치원의 모든 생활에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유아들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이동할 수도 없으며, 일찍 오고 싶어도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호자가 규칙적이고 성실하게 도울 때 유아들의 교육 효과가 높아질 수 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육기관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내 자녀의 교육을 맡겨야 한다. 믿음을 가졌다면 교사와 유아의 관계를 존중하고 함부로 속단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10. 07.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