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이탈과 개별 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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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이렇게 글을 써온 것이 벌써 7년이다. 2013학년도를 마지막으로 대학을 떠나 유치원을 하겠다고 하자 지도 교수님, 동료 교수들, 나보다 운영경험이 많은 대학원의 제자들까지 유치원 건축현장까지 찾아와서 절대로 하지 말라고 극구 말렸다. 그 이유는 매우 타당하여 반박할 수도 없었다. 배운 사람, 특히 교수가 이론대로 해서 사업에 성공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는 점, 나는 현장과 타협을 하지도 않을 성격이니 더 문제라는 점, 대중적이지 않은 교육에 공감할 학부모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하였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독일의 숲유치원을 대한민국에 알린 1세대이며, 숲교육학회를 운영하는 분이 신데 말리시니 더 걱정되었다.

교육 선진국이란 새로 검증된 이론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생물처럼 성장하는 나라라고 나는 정의했다. 덴마크와 핀란드의 교육동향을 OECD, UNESCO의 교육 연구동향과 더불어 자주 들여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덴마크 초등학교법에 따르면 만 6세가 되는 해에 학교에 입학하는데 덴마크 아동교육부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한 내용을 보면 적응을 위해서 취학 전 교육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를 만들어서 미리 초등 적응과정(Early SFO)에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취학 전 교육과정이 아동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보니,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교육전문뉴스매체 폴케스콜렌의 발표가 있었다. 덴마크 복지연구분석센터에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초등학교 0학년(0. Klasse)으로 입학한 160,000명의 아동을 분석한 결과 62%의 아동들이 취학 전 교육과정을 시작하였으며, 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들보다 웰빙지수가 낮았고, 성별, 인종, 부모의 교육 수준과는 관계없이 불만족스러운 발달을 보였다. 얼마 전 취학연령을 당기겠다는 허황된 생각으로 교육부 장관이 낙마한 우리나라와 별반 다름없는 덴마크 교육에 실망했다.

취학 전 학교 과정 협회의 마리엔 기안니 회장은 “잘 적응하도록 돕는 좋은 취지겠지만 사회적으로 초등학교에 다닐 준비가 되지 않은 아동들을 일찍 시작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취학 전 교육과정은 교육목표가 불명확하며, 교사들이 유아교육에 대해 모르며, 계획도 세울 수 없다”라고 하였다. 덴마크는 2020년부터 공교육을 벗어나 자유학교 혹은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이 30%에 육박하게 되었다. 자녀의 학교를 위해 불필요한 이사를 결정한 학부모는 47%인데 이들 중 31%가 자유학교 혹은 사립학교로 전학시키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입학생만 기준으로 하면 40% 가까이 자유 혹은 사립학교로 진학하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으며 부유층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비율을 보인다. 공교육 이탈은 모든 학생이 다양한 사회계층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섞이고, 함께 성장하며 사회와 삶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을 갖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공립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덴마크노동연구원의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아동교육부 장관은 현지 언론 폴리티켄을 통해 학부모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2가지 이유는 학교들이 통합되면서 사립학교가 더 많이 생겨났다는 점과 공립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부모가 만족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하였다. 유아교육의 유연성과 교육방식이 선진화되었다고 생각한 덴마크도 초등교육부터는 정책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며 공교육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

핀란드는 학교 간 학력 격차가 심화하여 학력 수준이 가장 우수한 학교와 가장 낮은 학교의 주요 과목(수학, 문해력) 격차는 2년 정도 차이가 난다.(HELSINGIN SANOMAT/2022.2.26.). 이 때문인지 공교육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핀란드는 이번 가을학기부터 유아와 학생이 학년별 커리큘럼이 아니라 자신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유연하게 학습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취학 전 아동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1, 2학년의 학습 내용 및 목표를 미리 설정할 수 있고 해당 학습 계획은 초등학교 입학 후 4학년까지 유연하게 실행될 수 있으며 이는 유치원 교육에서 초등교육으로의 전환을 원활하게 하고 사전에 설정한 학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다음 학기에 이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8월에 꼬우볼라시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시범 적용을 시작했다.

프랑스의 사립학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교육부의 통제를 받으면서 지원받는 계약학교와 교육부의 지원과 관리를 받지 않는 비계약 학교로 나뉜다(BFMTV/2021.09.02.). 프랑스 ‘학교를 위한 재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계약 사립학교로 진학 또는 전학하는 학생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상의 3개국 공립이탈 현상은 코로나 19로 인해서 가속이 붙었을 뿐 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나라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의무교육을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 안팎의 일이다. 모두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산업사회의 인력확보를 위함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고 모두 같은 교육을 받는 교육 방법의 폐해를 경험과 연구로 깨달았기에 공교육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위의 핀란드 예시처럼 모두 각자의 속도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공교육의 단점이 보완될 수도 있으나 덴마크 장관의 지적처럼 새로운 교육 방법을 도입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안일함을 극복하는 방안까지 찾아야만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한정된 시간을 능률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교육 방법은 그대로이고, 공교육에서 이탈을 못 한 채 이중고를 겪으며 불행과 자살률 1위를 만들었다. 교육격차가 문제라면 이탈을 허용하고 공교육 참여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하면 될 일이다.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같은 내용을 암기하는 교육방법은 공부는 잘하지만, 인성이나 행복감은 바닥인 사람, 경쟁에 뒤처지면 모든 것에 자존감을 잃은 사람을 만든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은 유연한 나라가 새로운 강국이 될 것이다. 개인도 자신만의 공부를 한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례로 보여 주고 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1. 02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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