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 개론, 교사론, 운영관리, 건강교육, 장학, 부모교육, 아동 발달, 생활지도, 교육과정, 교육심리, 교육공학, 교육평가 등은 유아교육 혹은 교육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교과목이다. 유치원에서 원장의 역할은 이런 유아교육 전공과목 전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다양하다. 나는 이 과목들을 강의도 해보고 교재도 써보았지만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이론적으로 잘 정리된 사고를 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변수가 별로 없지만 현장은 사람, 상황에 따라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은 각각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매 순간 특이사항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어떤 상황에서든 이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행동과 판단을 하여야 한다. 막연한 경험만으로 실천적 지식을 만들어 내면 근거 없는 확신을 하게 되고 이런 상황들이 교육을 비전문분야로 만든다. 부모님들 중 유치원 교사를 했던 분들이 석성 숲유치원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대표적으로 경험이 이론을 앞서 자신만의 경험이 지식이라고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경험을 맹신하지 않으려면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현장에서 중심이 되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공교육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수석교사’ 제도를 시행했었다. 수석교사 전형과 면접에 몇 번 심사위원으로 간 적이 있다. 대부분의 심사 대상 지원자들은 이론이 아니라 경험만 강조된 고 경력 교사들이어서 내심 실망을 했었다. 수석교사가 이론적 연구 없이 경험만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론적 지식은 논리적이고 일관된 행동의 바탕이 된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 신념이 완성되고 현장의 돌발 상황에서도 논리적인 태도로 해결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앞서 서술한 원장으로서의 많은 업무는 법적으로 명시된 업무도 있으므로 모두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나는 법적인 책임이 아닌 업무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사실 법적 강제성이 있는 업무는 오히려 명확한 기준을 갖는다. 그러나 강제성의 없는 업무는 수행하는 사람의 역량을 더 많이 요구한다. 원장업무 중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는 교사 교육이다. 내가 유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유아를 지도하는 교사들이 이론에 기반을 둔 실천적 지식을 쌓아가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이 유아들을 위해 존재하듯 원장의 업무도 유아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을 위한 업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장으로서의 신념이다. 유아들에게 교사는 교육을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이론을 실제와 연결해서 체득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내가 유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신학기 이전에 요즘 신입 교원들과 이론과 실제를 통한 연수를 진행 중이다. 아래 내용은 전에 다른 유치원 교사들이 잘못 체득한 실천적 지식을 서술한 것이다. 이후의 내용은 바람직한 유아교육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그 예시가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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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들은 20년 후 사회의 주역이다. 따라서 20년 후를 내다보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눈앞의 유행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상이 어떻게 달라져도 적응하고 도전할 수 있는 인성을 키우는 기본에 충실한 유아기의 과제를 교사들이 알고 실천해야 한다.
– 유튜버가 꿈이라는 유아가 많다고 스마트기기를 제공하는 교육은 절대 안 된다. 영유아기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교사가 금방 눈치 챌 정도로 유아들의 집중력과 지적 동기가 떨어진다. 스마트기기 이용이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는 스마트기기 이용을 금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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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를 해도 지켜야 할 행동규범은 지키도록 해야 한다.
– 놀이의 자유를 위해서 책상에서 뛰어내리고, 친구를 방해하는 행동들을 허용하는 것은 옳지 못한 판단이다. 유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명목으로 이유 없는 결석을 허용하면 불성실과 게으름을 야기한다. 과연 가정에서 스마트기기를 제공하지 않았는데 유치원이 재미없다고 할까? 양육자의 늦잠으로 한두 번 결석해 보니 머리 쓸 일 없는 일상의 나태함에 젖어 드는 것은 아닐까? 유아의 부적응은 가정에서 함께 노력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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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들의 놀이는 감정 순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며 놀이를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지식을 얻고 실험하고 모든 발달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다.
–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반복하도록 방치하고 유아들에게 새로운 활동을 소개하지 않으면 발달을 촉진할 수 없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새로운 자극(음악, 미술, 운동, 질문, 새로운 주제 등)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 놀이는 학습기능도 해야 한다.
– 유아들의 일시적인 흥미는 가치 있는 놀이가 아니고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공룡, 만화 등의 단순한 관심을 허용하면 새롭고 가치 있는 지식을 사고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 엘사 옷을 좋아해서 엘사day를 정한다는 것은 유아들의 일시적 흥미를 이용하고, 교육적 가치에 대한 의식이 없는 태도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2. 04.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