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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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국 중 88%가 코로나19로 2020년에 등교수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도 5월부터 온라인 개학을 했고,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통틀어도 2020년은 평년(190일)의 50%정도 수업했다(교육부). 김범주(2021)의 연구는 중학생의 학업성취도가 2020년 전체적으로 하락했다고 했으며, 교육부는 전국 표준화 시험을 기반으로 모든 교과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증가하였음을 발표했다.

학습결손은 1차적으로 개인의 취업이나 생애 소득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가경쟁력에도 큰 손실을 가져온다(Dorn et al, 2020 등). 그렇게 거시적이지 않더라도 학습을 받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는 재학기간이 짧아지는 것이므로 각자의 학력에 그만큼 손실을 입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거꾸로 생각해 보았다. OECD 회원국 중 88%가 등교 수업을 못했다면 나머지 12%의 나라는 어디인가? 학업성취도가 전체 하락했다면 어떤 학생들이 더 피해를 입었을까? 이렇게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교육의 특성이 더 잘 보일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부는 교육결손 해소 방안으로 학습, 심리정서 및 사회성, 신체·건강의 세 영역으로 지원책을 제시하였다. 필자는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시급한 문제임에도 학생들의 정서나 신체적 안정에 대한 정책을 세웠다는 것을 높게 산다. 심리적, 신체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학습의 성과가 없다는 선행연구들을 반영한 정책제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과 형식에서 그치고 실천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에 정책이 교육현장에 온전히 실행되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교육부의 정책제안이 계획처럼 성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체, 정서, 사회, 발달까지 고려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신체발달, 정서발달, 사회관계기술이 학업성취에 거름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누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즉 1개월 혹은 1년 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이전에도 저성취학생은 1:1관찰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학교사회복지사 제도에 의해 총체적 관찰과 지원을 받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안영은, 2022). 코로나19 이후에는 저성취학생뿐 아니라 중위권, 상위권 학력을 가진 학생들도 저하된 학력을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폭넓은 지원책이 필요하다(정송, 안영은, 2021). 그래서 제안된 것이 온라인 강의나 AI 튜터인데 온라인 강의나 AI 튜터로 지원을 한다 해도 저성취학생에게 에듀테크를 직접 활용하라고 하는 것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안영은, 2022), 저성취학생은 학업에 대한 흥미가 낮고 공부습관이 형성되지 않았기에 스스로 학습하라고 하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이 스스로 학업에 흥미를 가지고 앎의 즐거움을 알아갈 때까지 도움이 필요하다. 그 기간은 학년이 높을수록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속도’보다는 ‘방향’을 고심하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안영은, 2022).

학업에 대한 흥미가 낮고 공부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원인을 찾아서 그 자체를 방어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 핵심은 가능한 연령이 낮을 때부터 앎의 즐거움을 알고 자발성을 갖는 경험에 있다. 앎의 시작이 타율적이고 주입식이면 초기에는 효과가 보이는 것 같지만 스스로 하는 힘을 키울 수 없어진다. 태아도 어느 정도 학습이 일어난다는 연구들을 보면 앎의 시작은 탄생 이전부터이다. 그러나 학업수준의 앎의 시작은 문자, 수, 문화적 지식을 습득하는 시기로 보아야 한다. 이 시기에 앎의 희열을 느끼도록 교육환경이 마련되어야 학업에 대한 흥미가 높은 자발적 학습자가 될 수 있다. 결국 문자, 수, 문화적 지식을 교육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시작점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앞서 생각해보기로 한 교육손실이 적은 나머지 12% 국가들의 특징과 관련이 있다. 이 국가들은 유아교육이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들이다. UNESCO에서는 ISCED(International standard classification of education)를 정해서 교육의 시기를 나누는데 앎의 시작을 0, 즉, 유아기로 정해놓았다. 0과 1이 한국의 유아기와 초등시기이다. 이 시기 교육이 높게 평가받는 나라들이 삶의 질이 높고, GDP가 지속가능하게 높다는 국제연구가 있었는데, 이 나라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교육손실이 적었다. 학력손실이 많았던 집단은 학업에 대한 흥미가 낮고 공부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집단이라는 사실을 연결해서 생각하면 유아기와 초기학령기에 질 높은 교육을 받은 집단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가장 교육손실이 적었다는 것이다. 질 높은 교육이란 이 시기부터 스스로 앎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이었음을 뜻한다. 앎에 대해서 자발적이고 진지한 습관을 형성한 학습자는 책만으로도 충분히 학습이 가능하기에 코로나19상황에서도 교육손실이 적을 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중요한 시기에 학업에 대한 흥미가 높고 공부습관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0. 21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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