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회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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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나의 교육 신념은 하루 아침에 한 사람의 이론으로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교육철학, 교육과정, 교수방법 등이 하나의 신념이 되기까지 많은 선행 연구자들의 철학과 생각이 융합되어 지금의 교육신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최근 이런 저런 상황을 마주하면서 떠올리게 되었다.

유치원에서 선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한 것일까? 유아들이 선택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선발은 ‘골라서 뽑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유아기에는 유치원이 유아들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들이 본인의 교육철학에 맞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옳은 길이다. 사립학교 혹은 대안교육 등 선택권이 많아지는 것이 교육기회의 평등에서 가장 높은 단계이다.

김신일 교수가 교육기회의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했다. 지금도 교육기회의 평등에 대해서 논의할 때는 고전처럼 사용되는 개념이다. 매우 기초적인 단계로 허용적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분, 성별, 인종 등 어떤 조건에 있더라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을 해주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조건이 성립된 것도 역사적으로는 불과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허용을 해도 상황이 맞지 않아서 교육을 포기해야 하는 사람에게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는 보장적 평등이 다음 단계이다. 현재 의무교육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 다음은 교육조건의 평등이다. 여기서 부터는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마지막인 교육결과의 평등을 이해하는 것이 조건의 평등을 이해하는 데 수월하다. 교육결과의 평등은 자신이 받은 교육이 어떠하듯 그에 합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핀란드 등의 교육복지 국가들이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각자 다른 능력과 자질이 있는 국민들이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야 국가의 미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행복도 보장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 단계인 교육조건의 평등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같은 교육으로 하나의 잣대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오히려 교육 조건이 평등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못해석하거나 혹은 보장적 평등에만 머물러서 생각을 하면 모든 국민이 하나의 교육과정에 짜 맞추어져야 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인간이 모두 다른 것처럼 모든 교육이 하나의 잣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전체주의, 공리주의를 개인의 교육에 맞추어서 생각하면 안 된다. 적어도 모든 교육의 단계마다 목적과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유아들의 교육은 적어도 모든 유아가 교육받을 권리를 가져야 하며, 그 다음단계로 자신에게 적합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교육조건의 평등은 교육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유치원은 부모님의 확실한 신념으로 선택해 주길 바란다. 우리 유치원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부모님이시라면 나 역시도 함께 가길 원하지 않는다.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보장적 평등에서 무상교육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내 교육과정이 가장 좋다는 교만함은 아닐지 스스로 자성을 해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자긍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30년간 공부한 결과로는 우리 유치원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부모님과 유치원의 철학이 함께 확고하게 가지 못하면 결국 유아들의 교육효과가 발휘되지 못함을 이론뿐만 아니라 경험으로도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부모님의 생각이 다르신데 끝까지 졸업을 하는 유아들이 몇 명 있었다. 유아들이 좋다고 해서 그랬다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 유아들의 능력과 사고가 자신이 가진 최대치로 발현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 유치원의 정원은 어차피 교육청 인가인원과 관계도 없을 뿐더러 내가 정한 정원이 다 충족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유치원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의 자녀와 3년을 함께하길 바란다.

이번 ‘처음 학교로’ 시스템에 몇 명 남지 않은 정원으로 등록을 했다. 해보지도 않고 불만을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장단점과 문제점을 알고 싶어서였다. 그 과정에서 문제점을 알았고,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진행된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속이 상했다. 나 역시 한 사람의 납세자이고, 국민으로서 왜 이리도 논의 절차 없이 진행되는 교육행정이 많은지 개탄스러웠다.

지금 우리 유치원에 함께 하시는 부모님들은 유아와 함께 우리 유치원에 대한 자긍심과 신뢰로 맺어졌다는 확신이 들어서 정말 감사하다. 그러나 앞으로도 자녀교육에 늘 선택의 길이 생기게 될 것이므로 부모님들이 더 많이 성찰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와 배움으로 가장 내 자녀와 적합한 길을 찾는데 열정을 다해주시길 소망한다. 교육열은 그런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이 내 자녀와 맞는 길이 아닐 수 있음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정말 언급하기도 어려운 참사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접하면서 그 뒤에 숨은 진실이 무엇일지 진지한 고민을 함께 해보시길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1. 2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