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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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이하 CDC)은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급박한 조항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지나치기 쉬운 아동권리에 대한 조항도 담겨있다. 대한민국은 1991년 11월 20일 CDC를 비준하였지만, 내용을 알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 형사법에 저촉되는 아동 대상 범죄 정도는 인지하지만 사소하게 보이는 아동 권리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아동의 권리는 한 개인의 전체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소한 것은 없다. CDC를 꼼꼼하게 들여다볼수록 대부분의 부모가 몰라서 실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협약을 정하기 위해서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특히, 사소해 보이는 조항 속에는 아동 발달, 교육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조항들은 전문적인 부연 설명이 필요하므로 일반논평(General Comments)이라는 협약 이행 지침서를 내어놓았다. 이 지침서는 [일반논평 No. 1 교육의 목적]을 시작으로 24개의 연구 결과에 근거한 지침이 나와 있다.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의 위원장은 아동학, 교육학 분야의 학자들이 주로 맡게 된다. 우리나라의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학과 교수가 2007년 5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교육이나 발달학 분야는 이미 많은 연구와 경험이 축적되어 있으므로 주먹구구식 자녀 양육과 교육은 하지 않아야 한다. 부모가 자랐던 방식대로, 혹은 그 반대로, 육아서적 몇 권에 기반하여, 이웃이 하니까 따라 하는 양육은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방법이다. 지금부터라도 세계적인 석학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사랑하는 자녀를 올바른 방향으로 양육하고 교육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나 필자가 대학원에서 강의할 때조차도 들었던 “교육 현장의 현실은 이론과는 달라요.”라는 말은 그때나 지금이나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교육자들의 생각 중 하나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 하러 대학에 다니고 대학원에 다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필자가 다시 현장에서 교육하고자 했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론을 실천하고 수정해 나가는 것이 교육이어야 하고, 그동안 쌓인 학문적 성과를 최대한 이용해서 교육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반논평 No. 1 교육의 목적]의 주요한 요지는 아동 중심적인 교육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의 신체적, 정신적, 영적, 정서적 측면, 지적, 사회적, 실용적인 차원, 어린 시절과 평생의 측면. 교육의 전반적인 목표 모두 아동 중심으로 계획하고 아동 중심 방법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교육의 내용을 전수하고 암기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교육의 결과가 쌓이면서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여러 연구가 밝혀내었다. 그런 방법은 아동의 조화로운 발달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재능의 잠재력, 동기를 빼앗는다. 따라서 아동 중심 교육 방법을 찾아가라고 권고한다.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따라서 교육 방법도 능동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전혀 관심이 없는 내용을 교재에 있으니까 그 순서에 맞추어서 공부하라고 하는 것은 아동 중심적인 방법이 아닌 교재 중심적인 방법이다. 유아기는 놀이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놀이식 교재를 사용하는 것은 놀이가 아니며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 방법이다. 놀이는 유아기의 특권이며 아동기 전반에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CDC 제31조는 놀이가 아동의 권리임을 밝히고 있으며 일반논평 No. 17에서 설명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공간은 자연환경과 상호 작용하고, 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하위징아(1872∼1945)는 《호모 루덴스─유희에서의 문화의 기원》에서 인류 문화발달의 근원이 놀이라고 하였다. 그 이후 놀이는 본성이며 특히 유아기의 신체 놀이는 그 자체가 인간의 근원임을 주장하는 연구들이 줄을 잇는다. 신체 놀이는 유아의 전반적인 발달 수준과 연결된다는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필자의 연구에서도 신체 발달이 모든 발달을 주도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2003년부터 2021년까지의 145편의 연구, 245개의 사례 수를 분석한 연구에서 바깥 놀이가 유아 발달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크며, 정서발달>신체 발달>언어발달>인지발달>사회성 발달 순으로 영향이 미쳤고, 자연 탐구활동>운동 놀이 활동>모래․물놀이활동>산책 활동>작업 활동 순으로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한 연구도 있다.

DCD의 일반논평 No. 17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놀이에 대해서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권고도 하였다. 이처럼 자연에서의 바깥놀이가 아동 발달에 중요한 요인임을 밝히는 석학들의 연구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아동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우리 애는 밖에서 노는 것이 안 맞아요.”라는 부모님은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밖에서 노는 것은 아동의 본성이며 근간인데 이것이 안 맞는다면 발달에 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론의 탐구와 연구를 현장에 적용한 지 9년 차가 되면서 유아들이 성장하면서 보여준 교육의 결과로 과학적 연구의 적용이 맞았다는 확신이 생긴다. 아직 하나하나의 영역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적어도 주입식교육, 교재의 사용, 무계획한 놀이가 틀린 방법이라는 것은 확언할 수 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2. 02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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