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기 학부모 상담 이후 교사들이 상담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과 훈육의 문제를 말하였다. 교사들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를 옮겨보고자 한다. 수업 집중력과 분위기 관련한 의견으로 “스마트폰을 많이 본 유아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너무 어려워해요. 갑자기 엉뚱한 말을 꺼내고, 관련 없는 다른 이야기를 해요.”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 친구들까지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수업 분위기가 아예 깨져버려요.” “수업 중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만화 얘기를 하거나, 갑자기 로켓 소리를 내기도 해요.”
바른 자세와 기본 생활 습관과 관련된 의견으로는 “미디어를 자주 보는 유아들은 바르게 앉는 게 안 돼요.” “수업 시작했는데 멍~ 해 있어요. 집에서 화려한 영상을 보고 오니 동화를 들려줄 때도 집중을 어려워해요.” “손톱, 발톱을 만지고, 양말을 벗기도 해요.” “미디어를 보지 않고 오면 티가 나요. 수업 중에 바르게 앉아 있고, 이야기도 바로 이해하고… 확실히 달라요.”
수면, 지각, 전반적인 생활 리듬의 문제로는 “밤늦게까지 TV를 보고 자서 아침에 지각해요. 지각하면 그날 하루 수업을 아예 참여하지 못해서 수업의 흐름을 놓치게 돼요. 수업에 조금이라도 참여하게 하려면 어린이에게 똑같은 말을 계속해줘야 해요.” “TV 보는 거, 지각하는 거… 이런 요인들로 수업 분위기가 계속 흐트러져요.”
이 모든 것이 안 되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가정의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이 싫거나 훈육의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방치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다 그렇다는 이유로 자녀를 방치하거나 안도하고 있다면, 다 그런 어린이들은 95%의 대다수를 일컫는 것이고, 그들이 사춘기 전후에서 전혀 통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오늘 뉴스에 수업시간에 게임을 못 하게 하자 고3 남학생이 교사의 노트북을 깨고 폭행하는 양천구 소재 ○○고등학교 영상이 나왔다. 이 학생도 처음부터 적절한 훈육이 이루어졌다면 이런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좋은 생활 습관을 갖도록 훈육이 잘 된 청소년은 가족과 잘 지낼 수 있으나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기 위해 훈육을 놓아버린 가정은 자녀의 가능성을 막은 것이다. ‘교육’, ‘훈육’, ‘보육’, ‘양육’은 비슷한 의미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목적과 적용 시점이 명확히 구분된다. 국어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교육은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며 인격을 기르는 것, 훈육은 품성과 도덕을 기르는 것, 보육과 양육은 어린아이를 돌보아 자라게 하는 일이다. 보육과 양육은 24개월까지 필수이니 말할 필요도 없으며 대부분 잘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중요한 ‘훈육’이 가장 안 되는 것 같다. 훈육은 단순히 행동을 통제하거나 지시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적·도덕적 토대를 다지는 가장 근본적인 교육행위다. 훈육 없는 교육은 기술을 주입하는 부모 만족에 그칠 뿐, 정서와 도덕을 다루는 인격 형성에 도움이 안 되며 교육의 효과도 떨어지게 된다.
교육은 36개월 이후에 시작하지만, 훈육은 태내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즉 훈육은 어머니의 태내에서 감정으로 출발하는 것이다. 훈육은 감정을 다루는 일이며, 특히 유아기의 정서적 경험은 곧 도덕성과 연결된다. “화가 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다.”와 같이 감정은 수용하되, 행동은 교정하는 접근이 훈육의 기본 원칙이다. 훈육할 때 어른들도 불편하지만, 반드시 실천되어야 하는 어른의 책임이다. 훈육은 피곤하고 불편하다. 일관성 있게 기준을 세우고, 행동에 따라 반응하며, 바른 행동을 할 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 불편을 회피하는 순간, 어린이는 옳고 그름의 기준을 잃는다. 훈육은 단지 어린이를 조용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도덕적 기준과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훈육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른의 감정관리 또한 필수적이다. 화를 내더라도 절제된 방식으로, 말과 표정이 일치하는 신호로 어린이에게 기준을 알려줘야 한다. 웃는 얼굴로 꾸짖으면 어린이는 혼란을 느끼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명확하고 일관된 반응은 어린이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열쇠다. 감정을 존중하되, 행동은 명확히 교정해야 한다. “저 화났어요. 스마트폰 주세요. 속상해요.”라는 표현에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그래서 장난감을 집어 던지거나 울거나 부정적인 행동을 할 때는 분명히 지도되어야 한다.
감정과 행동은 분리해서 다뤄야 하며, 어린이가 ‘왜 꾸중을 들었는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가 지적하거나 부모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는 순간, 어린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경험한다. 이러한 반복된 경험이 어린이의 도덕적 사고를 길러낸다. 훈육은 사랑이며, 평생을 살아갈 인격의 뿌리다. 훈육은 체벌도 아니고, 단지 말로 훈계하는 행위도 아니다. 훈육할 때 어린이가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손을 잡거나, 아무리 울어도 들어주지 않는 등의 단호한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너무 소중한 자식이라서 그러고 싶지 않고 다 들어 주고 싶거나,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은 유혹이 있어도 뿌리쳐야 한다. 훈육은 어린이를 향한 ‘경계가 있는 사랑’이며, 미래 사회를 살아갈 도덕적 주체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훈련이다. 훈육 없는 교육은 방향 없는 지식 전달이고, 훈육 없는 양육은 불안정한 애착만을 남긴다. 교육보다 훈육이 먼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어른의 책임이자, 어린이의 미래를 위한 가장 따뜻한 돌봄이기 때문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4. 1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