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준 교육과정과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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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에는 온라인으로 전공필수 과목인 교육과정을 강의하고 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함께 국가수준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는 온라인 토론을 진행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30명의 학생들 중, 단 한명의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의 학생들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A: 교과서가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의 중 보여주신 지식채널e ‘어떻게 살 것인가?’ 영상을 보면서 교수님께서 “학습을 하고, 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셨지요.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는지 생각했습니다. -중략- 교과서도, 낙오자도 없는 교육이 되길 희망합니다.

B: 아직 우리나라는 학업 중심의 사회이고, 교과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모든 시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가 필요합니다. -중략- 교사는 교과서에 맞는 수업을 진행해야 하며, 학생은 교사의 수업 내용을 교과서로 확인하고, 넓은 범위의 수업 내용을 다시 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리과정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으로 자리한다면 더욱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마다 각기 다르게 행해지던 유아교육이 아닌 국가가 공인한 교육과정에 따른 유아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모든 유아가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략-

이처럼 이 시대 유아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조차 지식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하고 있다. 이 토론을 통해서 ①학습과 시험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②모두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하는 것, ③기성세대가 정한 체계를 따르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교육 현실임을 확인했다. 이런 정도의 의식이면 놀이중심교육을 강조한 현재 교육과정이 성공하지 못하고 또 다른 주입식교육이 붐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과정이 생긴 1969년 이후, 2차 교육과정 2년을 제외하고 모두 놀이중심이었다. 놀이중심 교육이 정착하지 못한 채 40년이 흐른 것은 주입식이 아닌 다른 교육방법의 적용을 못 하여 국민의식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것뿐인데 마치 놀이중심 자체가 새로운 교육이라는 듯이 강조하는 교육당국이 이상하다. 1979년과 1980년만 지식 위주의 학문중심 교육을 지향했지만, 세계적인 흐름과 역행한다는 비난 때문에 놀이중심으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국민의식은 B 학생과 같이 지식위주의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에 오히려 추가로 주입식교육이 성행하였다.

놀이가 곧 학습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모든 국민이 느껴야 이런 불합리함이 해결될 것이다. 3차 교육과정에서 인간중심, 놀이중심을 강조하면서 고등학생까지 전면 사교육 금지를 시행했지만, 우리 국민의 주입식 교육의지는 꺾지 못했다. 교육의 변화를 가져오려면 유아들은 놀이가 소모적인 활동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이라는 것을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는 교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놀이가 무엇인지 장황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어야겠지만 춤추고 노래 부르며 주입하는 것은 여전히 주입식 교육방법일 뿐임을 우선 밝힌다.

올해 석성숲유치원은 가게 놀이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가게 놀이를 못한 여파가 너무 크다는 것을 졸업생들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 매년 할 것이다. 아래는 여름 반의 기록이다.

숲 놀이터에서 10유로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 나뭇가지를 2유로, 나뭇잎을 1유로라고 정하고 10유로를 만들어보는 놀이다.

포동이가 나뭇가지 2개를 가지고 온다.

교사: 나뭇가지는 2유로에요. 2유로가 두 개 있으니까 포동이는 지금 몇 유로에요?

포동이: 4유로./ 교사: 10유로가 필요한데 몇 유로가 부족한가요?

포동이: (잠시 생각한다.)6유로.

교사: 6유로를 더 구해와 보세요.

포동이는 나뭇가지 3개를 더 가지고 와 10유로를 완성했다. 포동이는 이제 1유로 나뭇잎을 가져오지 않고 묶음 수를 활용한다. 이제 10의 자리 이내의 뺄셈도 가능하다.

이처럼 놀이를 하면서 지식과 학습을 한다는 확신과 경험이 없이는 놀이중심 교육이 자리를 잡을 수 없다. 그런데 유아교육과 학생들조차 놀이와 학습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유아들은 무조건 놀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또다시 실패할 것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있다고 해도 이는 유치원에서만 실천하는 것이고 학습은 주입식으로 한다면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없는 것이 오히려 유아들을 덜 힘들게 할 것이다. 교사들이 교육기관에서의 놀이가 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정말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유아교육은 교사의 높은 역량이 요구되는 어려운 수업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유아교사의 자격기준을 점점 높게 요구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5. 20.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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