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음악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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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오늘 벌써 6번째 이어오는 기부 음악회를 보면서 내가 과연 의미 있는 교육만 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처음 유치원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무슨 활동이든 유아들에게 의미 있는 활동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우리 유아들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활동은 다른 곳에서 한다고 해서 따라하지 않을 것이며, 그동안 해오던 활동이라도 불합리한 것들은 과감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었다.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강의하고 학생들과 연구하면서 자성 없이 답습해 오는 학교 행사들에 대해 연구했던 학기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체육대회, 운동회, 등반대회, 재롱잔치, 학예회 같은 행사였다. 우리나라에 학교가 일제강점기에 도입되면서 상당히 정치적인 목적이 담긴 행사들이 학교에 들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없어진지 오래 되었지만 학교에서 군사훈련을 시키는 ‘교련’과목이 존재하던 시절도 있었으니 그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명칭만 보아도 경쟁을 부추기고 잘 하는 사람만 의미를 찾는 듯한 ‘대회’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교육이 학습자의 입장이 아니라 다른 의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내용들이 요소요소에 남아있다. 예쁜 옷을 입고 부모님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은 학습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기, 무대에 서보는 경험 갖기, 이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그 의미만 가지고 하기에 재롱잔치는 학습자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수업의 결손을 감수하고 연습을 해야 하며, 힘든 과정을 참으면서 선생님과 갈등해야하고, 그러는 과정이 길어지면 내가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노래와 춤을 연습한다. 영어로 발표를 하는 곳도 있는데 그 행사가 끝나면 바로 잊어버리게 된다고 형, 누나의 경험담을 말씀해 주시는 부모님들도 계셨다.

우리 기부음악회가 시작된 것은 우리 교육과정에 ‘나눔과 배려’라는 주제를 진행하면서 부터였다. 처음에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부음악회를 하는 것까지 발전했다. 유치원에서 작게 할까 하다가 넓은 곳에서 무대에 서는 경험까지 가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모여서 지금과 같은 형식이 되었다.

기부하는 것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첫해부터 우리가 도왔던 어린이가 이미 다 자라서 우리 유아들의 친구가 아니라 형이 되어버렸다. 작은 선물을 모아서 보내기로 했었는데 보내는 비용만 50만원이 나온다는 사실을 몰라서 매우 비효율적인 나눔이 된 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유니세프에서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선물을 골라서 그 만큼씩 기부하는 것으로 방법을 변경했다. 그 과정에서도 유아들과 생각하고 대화를 할 요소가 많아져서 나눔의 의미가 더 풍성해졌다. 유아들이 의약품, 생필품, 학용품, 물 등 분류되어있는 선물 중에서 왜 그 선물을 보내고 싶은지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거치게 되었다. 또 유아들이 어떤 친구들을 돕고 싶은지 선택하면서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픔을 겪는 친구들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각 반에서 그동안 배운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서 틈 날 때 마다 연습을 하고 우리가 왜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우리 기부음악회의 의미를 이야기 나누면서 나눔과 배려라는 주제를 유아들이 충분히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준다. 연령별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준이 다르지만 3년을 이어가는 주제이기 때문에 우리 유아들이 가을학년이 되면 훨씬 세련된 생각과 대화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오늘 부모님들은 간단한 노래 한곡씩을 들으신 것이지만, 우리 유아들에게 기부음악회는 길고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나는 이야기 하고 싶었다.

가정에서도 비판적 사고로 자녀의 교육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회를 늘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틀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들이 하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들 때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의미를 찾아가는 부모님이 되어준다면 우리 유아들이 늘 행복하고 의미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얼마 전 있었던 상담내용을 보니 유아가 가정과 유치원에서의 모습이 다른 것에 대한 부모님의 고민이 많이 발견 되었다. 유치원도 사회생활이니 유치원 보다 가정에서 좀 흐트러지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불합리한 교육에 의한 갈등이라면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10. 25.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