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겨울에도 얼마든지 재료를 구할 수도 있고 완제품을 살 수도 있으니 요즘은 나 역시도 김장을 하지 않는다. 김장 김치를 유치원에서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유치원의 김장은 3일에 걸친 큰 행사이다. 굳이 3일이나 이렇게 할 필요가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치원 교육과정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학자들은 대단하다고 부러워한다. 모든 유아발달영역이 포함되어있는 총체적(Holistic)놀이이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는 6명 조리실 식구들 외에도 4명의 김장 도우미를 3일간 채용하여 유아들이 해 놓은 김장을 마무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유아들이 진지하게 놀이를 하고 가을반은 김치속도 만들었다. 매운 것을 맛있다며 언제 먹느냐고, 김장 날 고기는 무엇이 나오냐고 물어본다. 김장을 마무리하고 가을반은 직접 만든 김치소를 넣어서 보쌈고기와 맛있게 먹었다. 이제 그 과정에 담긴 교육과정을 되짚어 본다.
교사: 소금물에 담그면 생길 배추의 변화를 예측하여 이야기 해보세요.
커질 것 같아요/작아질 것 같아요/ 쭈굴쭈굴 해질 것 같아요/더 초록색이 될 것 같아요/하얘질 것 같아요/ 초록색으로 색깔이 바뀔 것 같아요/배춧잎이 찢어져서 조금 삐뚤어질 것 같아요/ 보라색이 될 것 같아요/ 싱싱하게 익을 것 같아요/ 배춧잎이 찢어질 것 같아요/ 빨간색으로 변할 것 같아요/ 소금물에 들어 있는 배추는 연두색으로 변할 것 같아요.
과학적 추론을 해보고 하루가 지난 후 자신의 추론과 삼투압 현상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앞으로 기우뚱 됐어요/ 시들은 것 같아/ 힘이 없어졌어요. 라며 절인 배추를 표현한다.
김치를 만드는 것이 뚝딱 앉은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긴 기다림이 시간의 흐름과 집중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 유치원은 김치를 집에 보내지는 못한다. 150포기를 해도 봄이 가기 전에 동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아들이 직접 담근 김치라면서 김치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김치를 담그더니 유아들이 고마운 유치원 선생님들이라면서 조리실, 기사님들과 나에게까지 고마움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주기도 하였다. 이처럼 김장으로 얻게 되는 교육적 가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1. 16.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