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과 IB 학습자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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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아래 내용은 지난 교육이야기 「김장과 IB 학습자 상 (1)」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5.원칙을 지키는 학습자 (Principled)

“일회용 장갑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은 안 돼요”. 우리는 그린피스에 기부하고 있을 정도로 환경을 생각하니까 스스로 환경을 아낀다는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비닐장갑을 한쪽만 사용하기로 했는데 이도 재활용 여부를 확인하면서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6.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학습자 (Open-Minded)

“숙이는 좀 천천히 하지만, 끝까지 하려고 노력하니까 나중에는 혼자 소를 넣었어요.” 숙이는 다른 친구들과 발달이 다른 동생이다. 학생들도 이를 알고 고려하여 지도한 것이다. “가을 반, 여름 반, 봄 반 다 다르니까 설명을 다르게 해주었는데 봄 반은 오히려 편견을 가지고 아기처럼 대했어요.”, “저도 항아리에 넣으면서 봄 반이 한 김치는 다시 한번 보게 되었는데 어리다고 편견을 가졌어요.”

누군가는 느리더라도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를 기다리고 응원하는 모습과 오히려 편견을 가졌던 것이 미안했던 반 편견, 열린 마음으로 친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깊은 배려가 보인다.

7.타인을 배려하는 학습자 (Caring)

위에서 동생들에게 편견이 있었음을 미안해한 이야기는 배려의 근거이며, 이미 3세부터 10살 동생까지 대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모습이다. 자신들의 놀이시간을 반납하고 김장을 하다가 운동 수업에 조금 늦게 들어가서 놀다 늦은 것도 아닌데 “죄송합니다.”라며 설명을 하는 모습은 어른들과의 관계, 상황에 관한 배려를 보여준다.

8.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학습자 (Risk-Takers)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습자 상이다. 행복하고 발전하는 학습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학습자 상임을 강조하고 싶다. 학습자는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므로 잘 못 하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처음부터 실패를 두려워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좌충우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학습자들이 어릴수록 중요한 덕목이다.

이번에도 양념 만지기를 두려워하며 옆 친구와 형님 눈치를 살피는 학습자가 있었다. 점차 익숙해져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양념소를 넣기는 했지만 늘 이런 유아들이 안타깝다. 여름 반과 가을 반에 이런 유아들이 있을 때는 예외 없이 봄 반부터 입학하지 못하고 중간 입학을 한 경우들이다. 모든 봄 반의 유아들이 활동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츰 좋아져서 여름 반 가을 반이 되면 서슴없이 자기 할 일을 하는 성향을 지닌 것이 대부분이다. 눈치 보고 완벽을 추구하며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이 있는 유아들은 성향이 생성되는 시기를 놓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느낀다. 도전하는 학습자 상은 36개월 전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향을 지녔다면 어른들이 기대를 갖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성인이 높은 기대를 갖는 것이 늘 긍정적이지는 않다. 한 어머니가 “저는 경아를 믿어서 무엇을 해도 다 잘 해 낼거예요.”라고 했었는데 이런 어머니의 마음이 전달되어서 경아는 늘 잘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어린이였다. 자신이 없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숨기는 모습을 보인다.

9.균형 잡힌 학습자 (Balanced)

우리나라 공교육의 체육 시간은 세계 최저이다. 초등 저학년은 체육이라는 교과가 없다.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담고, 감정을 나누며 배추를 다듬는 과정은 정신적, 신체적, 정서적 균형을 이루는 시간이었다. 학습자들은 단순히 김치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우고 나누며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루어간다. 나와 함께하는 11세 학생들은 고등학교 화학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낙엽이나 눈밭에 구르며 노는 놀이 성을 가지고 있다. 농사도 짓고, 동생들도 가르치고, 김장할 때도 다른 사람이 다시 손을 대지 않을 수준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다그치며 가르쳤다. 글로만 배운 지식이 삶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10.자신을 돌아보는 학습자 (Reflective)

“비닐장갑을 아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끼고 말았어요.” 김장이 끝난 후, 학습자들은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되돌아보았다. 아쉬움 속에서도 배우는 성찰의 시간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꿈꾸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날의 김장은 단순한 요리 활동이 아니다. 잘 먹지 않았던 유아들까지 포기 그대로를 교사들과 잘라먹으면서 “선생님 제가 담근 거니까 맛있게 드세요.”라며 먹는다. 김장 속에도 교사의 교육적 의지가 담기면 학습자들이 IB 학습자 상을 가득 담을 수 있다. 우리 어린이들은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을 이야기하거나 기록하면서 하루를 성찰하고 발전해 간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11. 3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