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포스터(imposter) 현상은 1978년 미국 심리학자 폴린 로즈 클랜스와 수잔 아임스의 연구 “성취도가 높은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임포스터 현상 : 역학과 치료적 개입”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임포스터(imposter) 현상은 이제 증후군이라고 명명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고, 한 개인 내에서도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2019년 이후 최근의 연구들은 임포스터(imposter) 현상이 전문적인 수행 능력을 손상시키고 건강 상태와 관련이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임포스터(imposter) 현상 유병률은 선별 도구와 기준에 따라서 9%~ 82%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미국의 연구에서는 특히 소수 민족 그룹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임포스터(imposter) 현상은 타인과 심하면 자신에게까지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가면 현상, 사기꾼 증후군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자신은 노력 없이도 잘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나 잠이 들어서 시험공부 하나도 못했어.”라고 거짓말을 하는 천재 가면, 자신을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못하는 일도 “내가 해볼게, 혼자 할 수 있어.” 라고 말하고 혼자서 끙끙대는 완벽 가면, 자신의 업적을 자타에 박하게 평가 절하하는 겸손 가면 등이 대표적인 가면이다. 유병률을 많게는 90% 가까이 보는 연구도 있다. 이렇게 자신을 숨기는 경험은 많은 사람이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필자도 천재 가면, 완벽 가면을 쓴 기억이 있다.
남성과 여성, 다양한 연령대에서 모두 흔하게 나타나는 이 거짓말은 우울증과 불안을 동반한다고 보고한다. 직무 수행, 직무 만족도, 임상 의사들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의 번아웃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으나, 치료법이 발표된 연구는 없다. 따라서 위장 증상과 동반 질환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성공하고도 불안하고, 완벽한 결과에 기뻐하기보다는 다음에 실패하는 것을 걱정하고, 완벽하지 않은 내가 드러날까 봐 불안해서 행복하기 어렵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관련 연구의 결과이다.
우리가 가면을 쓰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나의 부족한 부분을 숨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처음으로 가면을 쓰기 시작하는 대다수의 경우는 부모를 실망하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가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게 가면을 쓰기 시작하면 계속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두려움에 가면을 더욱 두껍게 만들게 되고 점점 가면 뒤로 숨게 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부모의 임포스터 증상이 자녀에게 대물림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모든 것은 새롭게 배우는 과정에 있는 자녀들은 어쩔 수 없이 형식적 학습과 일상의 학습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을 받는다. 부모의 임포스터 성향이 자녀에게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는 것도 학습 과정이다. 부모와 자녀가 가면 뒤에 숨는 관계는 불행한 일이다.
몇몇 연구들은 메타인지 능력이 가면을 벗을 방법이라고 제안한다. 메타인지 능력을 기르기 위한 시작은 누구나 모르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아왔을 때 “우리 애는 노력하지 않아도 원래 잘해.” “우리 애 천재인가 봐!”, “우리 애는 모르는 게 없네!”라고 하며 결과적인 칭찬을 한다면 자녀는 노력을 숨기고 잘해야 한다는 천재가면을 쓰게 된다. “이번 시험에서는 뭐가 어려웠어?” “여기서는 무엇이 더 궁금해?”와 같이 과정을 강조하고 새로운 학습을 유도하는 대화로 격려해야 한다.
반면 학습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우리 애는 머리가 나쁜가 봐.”라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씩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것을 알았네.” “점점 발전하고 있어.”라고 용기를 주어야 한다. 부모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자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일어나고 있다. 메타인지가 발달하고 주도적인 학습이 이뤄지려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거쳐 이것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며, 혼자 힘으로 학습하는 메타인지 연습을 통해서 가면을 벗고 성장할 수 있다.
부모가 먼저 ‘빠르게, 쉽게, 실수 없이’ 배워야 한다는 오개념을 벗어버리면 자녀들도 진짜 모습으로 당당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빠르게, 쉽게 이루어지면 그만큼 가볍고 쉽게 잃어버릴 수 있기에 자신감을 줄 수 없으며 메타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습과 발달에 대한 시각의 전환을 통해서 자신을 직시하고, 용기 있게 도전하고, 천천히 과정을 즐기고, 어려워도 목적한 길을 완주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부모와 자녀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9. 23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