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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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반일 때 많은 것이 변한다. 만 3세 갓 입학을 했을 때와 2학기 때는 정말 다르다. 최근 뇌 과학이 많이 발전하면서 좌뇌, 우뇌의 자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결의 원활함이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기가 태어나서 24개월까지는 뇌의 연결망이 성인의 150%까지 만들어졌다가 자주 사용하는 것만 남기고 가지치기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뇌 과학자들은 이견 없이 유아기에 많이 활성화된 능력이 이후 평생 수월하게 활용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아기에는 뇌 발달과 운동능력이 연결되어서 유아기에는 운동과 섭식을 가장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뇌의 능력이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라면 내 자녀가 어떤 가지를 남기고, 어떤 가지를 제거하기를 바라는지 결정해야한다. 결정되었다면 그에 맞는 교육방법과 환경을 제공하여 효과적인 양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와 그동안의 교육, 심리 분야의 이론을 정리해서 생각해 보면 일맥상통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략 24개월에서 60개월이 뇌의 향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공부를 잘하고 앎을 즐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유아기에 가능성을 열어줄 능력의 가지는 남기고 방해가 되는 가지는 도태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바라는 것과 제공하는 환경의 부조화를 흔히 보게 된다.

공부를 즐기고 앎을 좋아하려면 일단 스스로 알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자주 접하는 유아기를 보내야 할 것이다. 공부는 재밌는 것이지만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런 방향으로 뇌가 발달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공부는 지겹고, 생각하기도 귀찮은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면 앎의 즐거움을 깨닫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유아기를 보내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그 책임을 노력 탓으로 돌리면 자존감마저 망가질 수 있다.

유아기에 지시적인 학습을 시키면 수동적이고 학습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지치기가 된다. 자기 일을 스스로 찾아서 즐기기지 못하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사고를 하는 가지가 남는 것이다. 유아기에는 지시적인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경험을 주어야 한다. 더불어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으려면 유아기에 부모와 행복한 관계, 서로 존중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옆집 아이는 열심히 혼자 공부하는데, 너는 과외를 시켜도 이것밖에 못 하냐? 왜 노력을 안 하니?”

“너는 왜 엄마가 말하는데 듣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기만 하니?”

 

“네가 공부를 즐겁게 열심히 했으니 성적이 어떻든 실력은 늘어난 거야.”

“엄마에게 고민을 말해줘서 고마워, 함께 생각해 보면 해결책이 생길 거야.”

유아기 자녀가 있다면 불과 몇 년 안에 하게 될 대사이다. 위의 두 문장처럼 대화하기를 바란다면 유아기에 지시적인 태도와 주입식의 교육을 하면 된다. 아래의 대화를 바란다면 유아기에 존중받는 경험과 스스로 놀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 된다. 내 자녀의 미래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유전자와 유아기의 양육환경이 쌓여서 만들어 낸 결과이다.

유아기 양육환경의 과학적 연구는 없었으나 ‘가문’을 따진 것은 경험으로 알게된 지혜였을 지도 모른다. 반대로 공부를 잘해도 문제행동을 해도 자기 탓으로 돌려서 부모들의 책임을 축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학령기에 드러나는 행동 대부분은 유아기의 양육환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부모님은 나중에라도 자녀의 탓을 할 수만은 없어진 것이다. 이제 많은 연구들이 밝혀낸 바람직한 양육환경을 적용하려는 가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부모님이 많아서 안타깝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업과 교육을 혼동하여 자녀를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님들이 있다. 만 3세 유아들이 영어학원 입학시험을 본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는 전대미문의 근거 없는 폭력이며 장삿속이다. 물론 양질의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투자이다. 그러나 그 비용을 엉뚱한 방향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돈을 많이 쓰니까 무조건 좋은 교육일 거라는 그릇된 위안은 갖지 말아야 한다.

유아를 양육하려면 내가 바라는 교육의 목표를 정하자. 목표에 맞는 환경인지 점검하자. 그 목표는 어떤 직업, 어떤 학교여서는 안 된다. 그런 것들은 타고난 유전자가 작용할 것이고 성장하면서 스스로 발견할 몫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태도, 가치관, 건강에 대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누구나 우선해야 하는 목표는 건강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건강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우선 점검해 보아야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9. 23.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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