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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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오늘은 예상보다 더 많은 함박눈이 내리는 아침이었다. 이런 날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모두 모일 수 있는 마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허황된 생각을 하게 된다. 유아들이 놀 거리가 풍성해지고 좋아할 생각을 하면 무척 설레는 일이지만 유치원까지 오는 과정이 걱정이 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힘든 등원길이 걱정되었는데 결석한 유아의 수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등원하기 힘든 날 대중교통까지 이용해서 유아들을 등원하도록 도와주시는 부모님들의 마음이 정말 감사하다. 내 아이가 즐겁게 놀 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생을 감수해주신 것이다. 재밌게 놀이하는 유아들을 보면서 무슨 일이든 무슨 상황이든 늘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 년간 오늘을 위해서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포대와 미리 사다놓은 비료포대를 이용해서 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놀이를 한다. 신기할 정도로 알뜰하게 눈을 이용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눈이 없어지고 있었다.

유아들은 놀아야 한다는 진리를 모두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만 근거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슬쩍 놀이를 방해하기도 한다. 유아기에는 운동을 해도 놀이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며, 어떤 학습을 해도 놀이가 되어야 한다. 놀이의 조건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즐겁게 몰입하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하고 싶다고 했다가 금방 흥미를 잃기도 한다. 그럴 때는 과연 스스로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다. 무엇인가 외부 자극이 하고 싶은 것으로 오인된 경우일 것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말 어려운 과제인데, 늘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연이다.

많은 학자들이 자연에서의 놀이에 대해 주장하지만 나는 그것이 옳다고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었다.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뇌 과학자들도 자연의 경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라고 3인칭으로 강의를 했었다. 그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내가 느끼고 깨달았기 때문에 이론을 좀 더 생생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수업준비를 해도 자연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우리 부모님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느끼고 계신 듯하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8. 12. 1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