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교육현장에서 교육을 실천하는 원장이기도 하지만 교육사회학자이기도 하다. 오늘은 교육사회학 전공을 살려서 우리나라의 대학 입학 전형이 진정한 공정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기준은 그 나라의 교육수준과 교육방향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교육선발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의미를 갖는다.
정말 수능점수를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공정하고 기회가 평등한 교육선발이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유치원에서나 학교에서나 한명 한명의 학생들이 모두 다르다. 여기서 말하는 다름은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 즐겁게 할 수 있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들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모두 같은 능력을 가진 기계라면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수준만 비교해서 수능이라는 하나의 시험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가장 공정한 선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 조차도 노력이라는 변수가 들어가면 우리가 바라는 완벽한 공정이 되기 어렵다. 노력 또한 학생 개개인이 갖는 중요한 특성이며 능력이라는 것이 인정되어야 한다. 꾸준히 노력하지 못한다고 해서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다거나 옳지 못하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공정한 교육선발은 무엇일까? 그동안 한 가지 기준에 의한 선발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반영해서 다양한 교육선발 방법이 시도 되면서 복잡해 졌다. 대학 입학에 대한 정보력이 중요해 진 것도 사실이다. 대학입시가 다양해지면서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문제가 되는 학생이 선발되는 것은 아닌지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선발방법도 완벽할 수는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소수의 작은 문제로 인해서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우리 학생들은 기계도 아니고 모두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지도 않았으며, 모두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도 않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만으로 한 줄로 세워보겠다는 발상은 공평을 가장한 가장 불공평한 생각이다. 모두 다 같은 지식만 암기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새로운 시대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에 부합되지 않다.
2025학년도부터 과학고와 영재고를 제외한 모든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기사를 오늘 들으면서 그 안에 있는 학생 개개인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발표를 하는 행정가들은 과연 그 학생 개개인을 떠올리며 입안을 한 것일까? 빈부의 격차를 없애기 위한 입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사교육 시장은 또 다시 들썩인다.
어떤 학생은 암기에 능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본인이 알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가면서 익혀가야 하는 학생도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고 가야 한다’ 는 세계적인 흐름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 모두 한 번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안정된 국가들은 고령화와 저출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세대의 한명 한명이 소중하다. 그래서 못하는 것을 억지로 시킬 것이 아니라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지원해서 각 분야의 인재로 양성하겠다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첫걸음이다.
수능이 아니라 다른 입학 전형이 생기고 입시 입학사정관제라는 제도가 생긴 것이 15년 전쯤 내가 박사과정을 할 때이다. 그때 모두 공감했었다. 그리고 모두 걱정했었다. 10년 혹은 20년은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지만 세계적인 흐름과 시대의 흐름은 그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수능으로 줄 세우기 식의 대학 입학은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에 학자들은 공감했었다. 입학사정관제도와 비슷한 여러 형식이 안정된 나라들은 학생 개인의 환경과 특성을 감안한 채점으로 선발을 한다. 빈부차가 걱정이라면 이런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의식이 비교와 경쟁이 아니라 각자의 능력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자리 잡는다면 ‘단 한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아기는 각자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서둘러서 진로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기초적인 인성, 철학, 말하기, 쓰기, 셈하기가 자연스럽게 우리 유아들에게 다가오도록 함께 돕는 가정과 유치원이 되길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11. 08.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