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시기는 13년 ~ 15년 이후이다. 매우 멀었기 때문에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혹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 부모님들도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유아들에게 공부는 안 시키는 것 같은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이것이 필자의 진심이다. 물론 꼭 대학을 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유아들이 자라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시기가 되었을 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주는 것이 유아들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와 양육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자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누구에 의해서 조종되어서도 안 되는 인권을 가진다. 그러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인간의 특성 때문에 ‘미성년자’라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였고, 그 기간 동안은 관심을 가지고 보호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인간은 이 시기에 접하는 환경과 주위 사람의 기대에 따라서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시대, 이 나라, 이 사회의 보편적 인식은 괜찮은 대학에 가는 것을 인생 성공의 시작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삶의 목표는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좋은 조건으로 수월한 인생의 시작을 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대가를 치른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우리가 더 혹독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개인이 아닌 가문, 가정을 공동체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독특함도 작용하는 것 같다. 좋은 학벌이 곧 성공이라는 믿음을 깨뜨릴 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과 내 자녀의 대학을 가족 모두의 성적표처럼 생각하고 대학의 순위를 메기며 모두 이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필자 역시 부정할 근거가 없다. 하버드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너무 흥미롭게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다고 할 정도이니 독특한 증상임은 틀림없다.
그동안 필자는 연구 결과와 학자들의 이론 등을 중심으로 유아기에 단순하게 지식을 암기하도록 하거나 형식적인 공부를 시키면,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학문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었다. 필자는 이론과 긴 실제 경험을 통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독자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 들었었다. 필자의 설명보다 오히려 유명한 일타 강사들은 대학입시 최전선에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니 이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며, 일타 강사가 될 정도의 설명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공부에 대한 자신만의 논리가 있을 것이기에 그들의 강연을 찾아 보았다.
국어, 수학, 과학, 영어 강사들 모두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의 중요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문해력, 이해력을 강조하였다, 그중에 한 수학 강사는 공식을 암기해서 대입할 수 있으면 수능에서 7문항 정도를 제외하고는 풀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이상의 학업성취를 이루려면 스스로 생각해서 공식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할 수 없으니 만점을 맞고 싶다면 아주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아기에 스스로 하는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필자의 신념과 일치했다.
자칭 입시전문가라고 하는 한 사람의 강의를 시리즈로 10개 다 보았다. 그는 유아기부터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강연을 처음부터 혹은 끝까지 보지 않는다면 유아기부터 학원을 보내야 한다거나 혹은 모든 과목 학습지를 섭렵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입시전문가 역시 유아기부터 중학교까지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강사들은 나와 같은 학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시대를 읽고 입시를 준비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말하는 것이어서 나의 신념에 더 많은 확신을 주었다. 결론은 유아기부터 중학교까지는 다른 것을 잘하지 못해도 좋으니 많은 글을 접하고 책에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대학입시 준비라는 것이다. 정말 공감한다, 이 지면에서 모든 과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공통된 전략은 책을 좋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짧은 글을 읽거나 빠른 화면전환은 절대 가까이하면 안 된다. 그렇게 짧은 글만 접하면 긴 글을 읽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빠르고, 재밌고, 직관적인 기계를 멀리해야 한다. 유아들은 부모님이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 기계음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전에 글로 쓴 적이 있다. 배웠지만 실천하는 부모는 극소수이다. 부모의 게으름, 설마하는 요행심, 스스로가 전문가라는 자만심, 장사꾼의 상술에 넘어가는 나약함 때문이다. 대입준비에 도움이 되는 영역별 전략을 이어서 생각해보려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8. 12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