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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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한 나의 글을 보고 “고등학교에서도 그렇고 대학에서도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서 방관자도 가해자라고 했는데 교수님은 피해자라고 하시네요?”라고 한 교사가 질문했다. “법령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겠지요. 하지만 정말 무섭고 막무가내인 학생이 급우를 괴롭힌다면 방관하지 않고 나설 수 있을까요? 연구 과정에서 대학생이 고등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친구를 도와주지 못한 자신이 너무 비겁했다고 괴로워했어요. 이런 상황을 만든 사회와 성인들이 모두 가해자이고, 당사자인 피해, 가해, 방관 학생 모두 피해자라는 것이 제가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라고 답했다.

학교폭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다. 학교의 기능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나라는 교육에 집중하고,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라는 처벌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핀란드의 학교폭력 대처 방안은 많이 달라졌다(임미나, 2019). 오랫동안 지속된 괴롭힘, 경제적인 보상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교사 없이 두 명의 또래 조정관이 참여하는 회의를 한다. 조정 회의에서는 피해 학생, 가해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처벌하지도 않는다. 또래 조정관은 별도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서 자격이 주어진다. 이 자격은 사회에서도 통용되기 때문에 또래 조정관 지원자가 많다고 한다. 학교폭력 감소 효과 보다 회의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화와 소통을 배우게 될 이런 제도가 좋아 보인다.

우리나라 학교폭력방지법은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라고 명시했는데 예방법은 한 학기에 한 번 이상 전체 학생에게 수업하라는 것, 대책은 처벌의 단계를 열거한 것, 보호는 학급을 옮기거나 치료하는 것이었다. ‘분쟁 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학폭방지법의 목적과 교육행정은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2021년 시행된 법령은 2012년의 입장보다 학교폭력의 지속성과 심각성 여부에 따라 처리 방법을 분리한 점에서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4가지에 해당하지 않으면 학교장이 자체처리 하도록 하였다.

    1. 2주 이상의 신체적ㆍ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2.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3.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3.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학생들의 문제행동을 처리할 때는 처벌이 아니라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용의주도하고 반복적인 나쁜 행동을 용서하자는 것은 아니다. 행동이 개선될 정도의 공정하고 원칙적인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처벌 이후의 교육환경까지 반드시 고려하자는 것이다. 유아, 아동, 청소년의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성인과 같은 시각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대상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찰도 학교경찰을 하려면 학생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최종술, 2017).

유아의 문제행동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해 보겠습니다.”라고 반응하는 부모님들이 종종 있다. 아동 인권이 중시되면서 체벌이 아니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유아기에 의식과 행동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화나 설명이 아니라 본보기가 되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생태이론’은 미시체계, 중간체계, 거시체계로 구분하여 환경이 주는 영향을 설명한다. 이 중에서 유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시체계이다. 가정, 교사, 친구가 미시체계이며 유아의 습관과 행동은 대부분 미시체계에서 습득한다. 초등 1학년이 친구를 따돌린다면 부모님이나 교사에게서 배운 행동일 것이다.

“저 사람 예쁘다.”, “00이가 1등이다. 대단하다.” 이러한 성인들의 대화를 들은 유아는 “저렇게 생겨야 하는구나.”, “1등 해야 하는구나.”라는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 스스로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편법을 쓸 수도 있고, 그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친구는 따돌릴 수도 있다. 이런 의식을 갖은 성인들 역시 외모지상주의, 능력주의로 팽배한 사회적 환경 즉, 중간체계의 영향을 주고받은 피해자이다.

유아들에게 가정과 교사가 중간체계의 부정적 영향을 끊어내고 좋은 미시체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존중의 가치관을 갖도록 본보기가 되어주자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이었다. 능력, 외모 등 조건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치관을 갖는다면 학교폭력문제를 운운할 필요도 없다. 안타깝게도 바로 오늘 극단적 선택을 한 고1 학생에 대한 기사를 접했다.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쪽지가 남겨졌었다고 한다. 기성세대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왕따’가 국어사전에 등재되기까지 사회와 교육이 변화하지 않았음에 모든 성인이 자책해 탄식할 일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7. 05.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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