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기쁜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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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구성주의를 중심으로 교육하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저는 알고 싶어서 교육심리 공부를 해봤어요. 이제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말씀하시면 저는 이해가 되고 왜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시는지 아는데 더 많은 부모님이 아셨으면 좋겠거든요. 부모교실 하시게 되면 이렇게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수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교육이야기도 모르는 부모님들이 보시면 너무 과격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쓰시면 좋겠어요. 부모님들이 보면 잘못하고 있는 것만 지적당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이번 주에 가을 반 어느 어머님이 나에게 하셨던 말씀을 내가 이해하고 기억하는 대로 써보았다. 그 어머니의 의도대로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이해했고, 내가 석성숲유치원을 선택한 부모님들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 같아서 반성했다. 유아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부모님들에게 더 욕심을 내어서 강하게 말했나 보다.

석성숲유치원을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부모님들은 대단히 앞선 사고를 하는 것이다. 석성숲유치원 부모님들은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유아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사고를 실천하는 분들이다. 부모님들은 부모의 역할이 처음이다. 유아들이 자라는 매 순간이 처음 경험하는 부모 역할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렵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니라 자녀를 위해서 더 어려운 길을 선택한 석성숲유치원 부모님들의 열정에 감사하고 존경한다.

한 집단 전체의 사고와 행동이 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설사 틀린 길로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선각자, 선구자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며 그들에 의해서 세상이 발전해 왔다. 이 사회가 유아들에게 학습지를 시키고,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집단 문화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 없이 모두 따라가고 있다. 석성숲유치원 부모님들은 그런 문화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비판적 사고를 하는 선각자인 것이다. 그런데도 가끔은 흔들리기도 할 것이다. 흔들리는 마음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 역할을 잘하려다 보니 과격하게 비추어지기도 하고, 타협하지 않고 부모님의 말씀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는 사립학교가 모두 비슷한 교육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생태계는 다양성이 보장될 때 발전적이고 건강할 수 있다고 믿는데 이는 교육에도 적용되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을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고 믿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 남짓이며 우리나라는 7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보편적 교육을 시작한 산업사회에는 통일된 생각과 규격화된 사람들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모두 같은 교육을 시켜보고 잘 따라오는 순서대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가장 편했다. 그러다 보니 단위학교가 각각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지 못했고, 통일된 교육과정과 해석의 여지없는 교과서가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체계에서는 공부는 시험과 같은 의미였다. 시험을 잘 보는 사람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체제에서는 시험 성적을 높이는 것 이외에 큰 관심이 없으니 학부모의 요구나 기대도 하나로 모인다. “공립학교는 복불복이야. 담임 잘 만나야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나머지는 모두 같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이런 말을 할 때 담임의 전문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에 의존한다. 어차피 정해진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기에 전문성은 별로 필요가 없다.

다양성이 축소되고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면 이처럼 전문성이 클 필요가 없다. 모두 겪어 본 일이니, 자신의 경험이 진리가 되고 거의 모든 사람이 전문가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각의 단위학교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가치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어야 건강한 교육 생태계가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는 교육의 철학과 신념을 최대한 많이 밝히고 알리려고 노력한다. 비판적 사고 없이 대중이 하는 교육을 한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나의 교육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최대한 동질적인 집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확신이 있다. 내가 하는 교육방법이 유아들을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실제로도 확신이 생겼다. “현장은 이론과 달라.” 내가 가장 싫어하는 교사들의 인식이다. 근거 없는 경험에만 의존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론의 실제적용이 주는 가치를 거듭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유아들의 행동 예측, 원인분석을 하면 거의 정확하다. 다수가 한다고 해서 모두 옳은 것은 결코 아니므로 석성숲유치원 구성원 모두 유아들을 보며 함께 뿌듯함을 느끼도록 내가 더 알려야겠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1. 13.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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