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는 기대와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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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 오늘 비가 와서 땅파기 쉽겠다.

기운: 그러니까 오늘 많이 해야 해.

솔이: 삽을 챙겨서 가자.

기운: 그러자. 비 올 때 많이 많이 해 놓자.

효리: 그런데. 비가 많이 와서 넘쳤으면 어쩌지? 무너졌으면 큰일인데..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솔이: 그러면 다시 막아야지. 어서 준비운동하고 가서 확인해보자.

효리: 서두르자!

위의 사례는 가을반이 물길 만들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활동 특성을 알고 날씨와 연관지어서 활동 계획을 스스로 하는 장면이다. 이 유아들이 이 정도로 자신의 할 일을 미리 챙기고 계획한다는 사실을 부모님들은 모르고 계실 것이다. 유아가 자기 주도적인 활동을 하려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허용적인 환경과 자신이 해도 되는 행동과 하면 안 되는 행동이 일관된 규칙으로 정해져야 자신감과 자발성을 발휘할 수 있다.

결국 유아들이 자기 일을 결정하고 스스로 하고 싶게 하는 것은 양육자, 교육자가 만드는 환경이다. 미리 할 수 있는 범주를 정해주고, 늘 같은 기준의 규칙이 적용되며 그 안에서 여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물장난을 쳤을 때 부모님께서 어떤 때는 싫은 내색이 역력하고 어떤 때는 아무렇지 않게 웃는다면 유아들은 물장난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질 것이다. 조금 더 성장해서 추울 때는 물장난을 하면 안 되고, 물을 쏟으면 곤란한 곳에서 물장난할 수 없음을 알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물장난에 대한 흥미도 없고, 물장난이 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기이다. 한참 물장난이 재미있고, 필요한 시기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하고 어디서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확실하게 알려주면 자존감을 포함한 많은 영역의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무더운 날씨에 물장난을 예로 들었지만, 유아들의 한 학기를 정리하면서 나와 교사들이 관찰기록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기준과 기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기에 낙인, 피그말리온, 플라시보 효과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낙인 효과, 피그말리온 효과, 플라시보 효과 등은 사람의 행동, 발달, 정서에 심리상태가 작용한다는 설명을 하는 심리학, 교육학 분야의 연구이다. 이 연구들의 실험설계는 일부 비판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스신화에서 자신의 창작 여인상을 사랑하여 결혼에 성공한 피그말리온 이야기에서 유래된 피그말리온 효과는 로젠탈 교수가 실험했다. 지능이 높은 학생이라고 20%를 무작위로 지목하여 교사들에게 공지하여 그 변화를 보았다. 실험에 따르면 그 학생들의 학업과 정서가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즉 교사들이 학생들을 믿으면 긍정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인데, 그렇게 믿었다면 실험 기간 동안 다른 학생들이 입게 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비판받는다. 낙인 효과는 한번 나쁜 사람으로 정하면 계속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는 위약 효과라고도 하며 현재 약품의 사용승인 실험에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주변의 시선이나 자기 생각에 따라서 실제와 다른 효과가 나타남을 주장하는 것인데 현재는 이보다 더 나아가서 칭찬이 과하면 더는 도전하고 싶지 않아지는 연구까지 고려된다. 한 사람이 자라는 과정에서 교육자, 양육자가 시기에 딱 맞는 기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유심히 관찰하고 발달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36개월이 훨씬 지났는데 대소변 가리기를 어려워하면 그 원인과 대책을 찾아 대응을 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발달이 늦는 부분을 꾸중하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어차피 늦었다고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원인을 찾고 규칙을 만들어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는 같은 월령의 다른 유아들보다 조금 빨리 한글을 읽고, 수 세기를 한다고 모든 발달이 빠르다는 기대와 편견은 버려야 한다. 한글 읽기와 수 세기가 미래의 학업성취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유아기에 부담스러운 환경은 발달을 방해할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했는데 과한 칭찬을 받고 나면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고 하기 싫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과한 칭찬은 도전정신을 방해하고 발전을 저해한다. 과한 칭찬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 유아들의 성취에 무관심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솔이가 재밌게 도전하고 있구나. 재밌어 보인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7. 20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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