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의 방해요인을 찾기 위해 유치원을 졸업한 학생들을 관찰하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사소한 습관이나 발달이 학업과정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글을 잘 읽고, 안 보고 쓸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필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소근육의 능력이 모든 학습상황에 자신감을 가지고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 글씨를 잘 쓰고 완전히 아는 것보다 자기 생각대로 펜을 사용하는 능력이 활동 참여와 학습을 수월하게 한다. 유치원을 졸업한 학생들이 연필 잡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연필 잡는 힘이 너무 약하거나 해서 글씨가 흐리고 늦어지면 활동의 내용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너무 더디게 된다.
그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너무 어릴 때 연필을 쥐여 주면 정확하게 잡을 수가 없어서 이후에도 나쁜 습관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너무 어릴 때는 차라리 주먹 쥐고 잡도록 하고 손에 힘이 생기기 시작하면 바르게 잡고 색칠 놀이 등을 하는 것이 좋다. 젓가락의 사용도 소근육 발달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일상이다. 아기 때 죄암죄암 놀이를 하는 것은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선조의 과학적 놀이였던 것 같다.
유아기의 일상생활습관이 이후 발달과 학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늘 강조해 오던 것이지만 작은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늘 식사 시간을 1시간 이상 사용하던 유아는 다른 활동에서도 행동이 늦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자유롭게 놀이하는 시간에 참여하여 놀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발성과 놀이성을 키울 기회를 그만큼 놓치게 된다. 만 3세부터 한숲까지 그랬다면 수업일수를 250일로 보고 하루 1시간씩만 손해를 보았다고 계산해 보아도 830시간이 된다. 830시간은 대학 강의 3학기 전체 수강 시간에 맞먹는다. 거기에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으로 더 많은 시간을 손해 보았을 것이다, 그 학생을 관찰해 보니 자신이 다음에 해야 할 행동에 대한 계획이 부족했다. 식사 도중 다른 생각을 하거나, 식사가 끝나고 양치하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식판을 가져다 놓는 것도 주저주저, 가방에서 치약, 칫솔을 꺼내는 것도 제각각, 눈은 다른 곳을 응시하는 듯했다.
봄반부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늘려가고 다음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교사와 부모님이 함께 노력해 주어야 한다. 자발성과 계획성이 유아기부터 연습 되어 학령기 학습의 순서와 논리에 영향을 미치고, 복잡한 활동을 하게 될 때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획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봄반 초기에는 식판에 음식을 놓고 숟가락, 젓가락을 챙기고, 밥 먹는 것에 집중해서 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교사가 늘 도와주거나 가정에서도 밥을 먹여준다면 친구들과 동등하게 발달할 기회를 잃게 된다. 친구들이 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여 스스로 양치까지 마치는 상황에서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면 그만큼 자발적인 기회와 행동에 대한 계획성 등을 연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관계기술에서도 친구와 놀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 유치원은 시간과 공간의 규칙을 지키는 것을 강조한다. 교사들이 유아들의 행동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매일 일일이 지시하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느끼도록 일정한 시간 규칙을 이어간다. 이런 습관이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고 자발적인 학습을 하는 습관과 연결된다.
도덕성의 발달도 학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사와의 신의를 지키는 것이 잘 안 되거나, 교사의 지적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면 학습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하지 않고 했다고 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아무것이나 써 놓는 등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것조차 대충하려고 한다. 이런 도덕성은 친구들이 성장하고 발달함에 따라서 교우관계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고, 모든 학습활동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친구들이 함께하지 않으려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일상적인 활동과 소근육의 힘이 점차 발달할 수 있도록 스스로 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자신의 능력만큼 학습할 수 있다. 기다려 주는 것이 어렵고, 답답하겠지만 유아기부터 스스로 하는 연습과 규칙적인 생활환경이 계획적이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 대안을 제시해 주고 지키도록 해야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발전적인 태도를 갖게 만든다. 학습은 겸손함에서 시작한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다른 것은 수정할 수 있는 것은 겸손함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8. 19.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