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과 다시 초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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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이렇게 글을 써온 것이 벌써 7년이다. 2013학년도를 마지막으로 대학을 떠나 유치원을 하겠다고 하자 지도 교수님, 동료 교수들, 나보다 운영경험이 많은 대학원의 제자들까지 유치원 건축현장까지 찾아와서 절대로 하지 말라고 극구 말렸다. 그 이유는 매우 타당하여 반박할 수도 없었다. 배운 사람, 특히 교수가 이론대로 해서 사업에 성공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는 점, 나는 현장과 타협을 하지도 않을 성격이니 더 문제라는 점, 대중적이지 않은 교육에 공감할 학부모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하였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독일의 숲유치원을 대한민국에 알린 1세대이며, 숲교육학회를 운영하는 분이 신데 말리시니 더 걱정되었다.

그래도 이미 결심한 것이고 내가 30년간 해왔던 공부이니 유치원교사, 부속유치원장을 하면서 겪었던 갈등과 의문이 해결되어 완전해진 유치원을 운영해본 후, 노력해도 더는 버틸 수 없다면 타협하지 않고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교수들이 보직으로 하는 대학부속 원장을 하면서도 일부는 이론과 다르고 유아들의 권익에 어긋나는 정책을 할 때 매우 불편했었기에 정말 내 마음껏 이론과 경험을 다 쏟는 유치원을 하고 싶었다. 막상 유치원을 열고 1년 이상 정말 무모한 행동을 한 것인지 돌아볼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의 꿈을 실천해 줄 사람은 교사들이었기에 유치원을 개원하기 6개월 전부터 교사들에게도 생소한 교육철학과 방법을 알리고자 13명이 함께 연구하였다. 개원시기가 좀 늦어지면서 교사는 13학급 모두 있는데 유아는 50명쯤 입학한 그런 상황이었다. 숲 유치원의 운영비가 3배 이상 들어가서 하고 싶어도 포기한다는 제자 원장들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실감하면서 좋은 교육을 하고 싶어도 교육받을 유아들이 있어야 한다는 절박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논문도 많이 보고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왜 교수들이 하면 실패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니까 남들도 다 알 거야’, ‘내가 좋다면 좋은 거니까 무조건 따라오면 되는 거야’ 이런 마음으로 알아주기만 바라며 손 놓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설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의 마음이 아니라 나의 마음속에도 막연한 교만이 들어있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알리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으로 2년간 한 달에 2번씩 부모교실에서 학부모 대상의 강의를 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이해해 주는 부모님들이 늘었지만 늘 참석하는 부모님은 참석하고, 직장에 나가야 하는 부모님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강의에도 올 수 없어서 참석률이 10% 정도에 그쳤다. 모든 부모님이 내 생각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러티브(Narrative) 연구를 위해서 쓰던 일기를 좀 다듬어서 공개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공개하기 1년 전부터 망설이고 망설였다.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으나 언제까지 내가 성실하게 매주 글을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유아들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판단하여 시작했고, 7년이 다 되어 간다.

대한민국의 유아교육이 유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장사치는 장사에 유리하게, 국가는 공무원의 편의와 표심잡기에 유리하게, 원장들은 운영과 성과에 유리하게, 교사들은 편하고 안전하게, 부모들은 자기만족과 체면을 위해서 각자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것이 보였다. 유아교육은 신생 학문이다. 철학, 인문학, 수학과 같이 인류의 발전과 함께한 진리불변의 학문이 아니라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졌으며 그나마 자연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비약적 발전한 것은 30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쏟아지는 연구들이 선행연구의 오류를 정정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신생 연구와 경험들을 반영하여 오롯이 유아들만을 위한 유치원을 운영하고자 한 것이며, 아무리 좋은 연구 결과도 실천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므로 적어도 나와 연을 맺은 유아들과 부모님들에게 선생이 되기로 했다.

칭찬의 부작용은 이미 30년 전에 나왔고, 나는 그때부터 실천하던 연구결과인데 대한민국 교육부는 2020년에 와서야 연수 자료에 포함하였다. 이처럼 이미 자명해진 교육방법을 아무도 실천하지 않고 계속 관습대로 교육하거나 일부만 잘못 받아들여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것을 보면서 칭찬을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어린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부모의 언어를 함께 연습하고 싶었다. 여자 유아들이 외모 가꾸기에 몰입하면 이후 어떤 악영향이 있는지 설명하고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스마트기기가 유아들에게 얼마나 나쁜지 내 연구를 포함한 연구와 실례를 제시하여 막고 싶었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유아에게는 단순히 습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달과 성향을 결정하는 요인임을 알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학교나 학원에 다니면서 배운 학습방법은 유아들의 발전을 방해하는 학습방법이라는 것을 알리고 유아기는 자발적 학습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는 사실과 새로 나오는 연구 결과들을 실천방법과 연결하여 소개하고 싶었다.

유아들의 학습방법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20분, 30분이라도 강사가 하는 특기수업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 각각의 발달수준이 다르고 한 교실에 있어도 생일이 1년 이상 차이 나는데 모두 같은 교재를 하는 학습지는 유아에게 폭력이다. 최근 연구결과 학습하는 능력은 생존을 위해서 누구나 타고난다. 이것을 빼앗거나 둔화시키는 것은 잘못된 교육방법이다. 내 유아들에게 자발적인 학습자, 능동적이고 신 나는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기틀을 마련해 주게 되어 기쁘며, 9년을 버틸 수 있도록 믿고 실천해주시는 교사들과 부모님들께 감사하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0. 25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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