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은 하고 싶은 사람만 신청받았어요.“,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면 학생 개인의 문제에는 관심이 없어요.“, ”상담을 갔는데 할 이야기도 없고 문제가 없다고 5분도 안 되어서 마쳤어요.“ 졸업생 부모님들께 들은 부모 상담에 대한 이야기이다. 초등학생은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 전달할 수 있으니 그래도 걱정이 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영유아기의 상담은 교사와 부모의 정확한 상황분석이 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유아기가 기질을 고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극복하고 북돋을 수 있는 시기이며, 최적의 성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교육학자들이 자조적인 푸념으로 부모는 누구나 스스로 교육전문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부모들이 전문가의 시각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교육방식을 채택하고 밀어붙일 때 하는 소리다. 각자 자라온 방식대로 자신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실제에 바람직한 방향이라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도 완벽한 양육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자녀 양육에 부정적인 부모의 태도나 가정환경을 점검해야 한다. 교육기관과 가정이 학생을 이해하기 위해서 환경을 서로 점검하고 해야 할 일을 찾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학부모 상담의 본질이다.
첫째, 부모들에게 정보와 자문을 제공하여 교육방법을 지원하고 자녀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가정 내 의사소통 문제, 교육방식, 충돌 해결, 규율 설정 등 가정환경 개선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학생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부모들이 자신의 감정, 스트레스 및 부담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고 자녀들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므로 상담은 중요하다. 부모님들과 교사들이 유아들을 위해서 효과적인 상담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석성숲유치원은 상담을 위해서 부모님들께 몇 가지 척도를 활용한다. 사회과학 연구이므로 오차범위가 있지만, 양육상황을 점검하기에는 충분한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된 검사 도구이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변인을 정하고 그 변인을 측정할 수 있는 검증된 도구를 찾았다. 이 도구들은 옳고 그름을 찾아내는 도구가 아니라 유아와 부모님의 상황을 이해하는 자료이다. 어떤 것도 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규칙 지키기가 안 되는 유아에게 늘 허용적이기만 한 부모나 교사의 태도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늘 강조하듯이 교육의 평등은 누구에게나 같은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필요한 반응을 해야하는 것이다.
첫 번째 검사척도는 감정코칭이다. 가트맨(Gottman) 박사는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행복의 요건이라고 하였다. 유아들은 부모의 감정 처리방법을 배우고 평생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트맨 박사의 주장이다. 척도는 가트맨 박사의 연구를 기반으로 쓴 저서에 있는 부모의 자기 점검 척도이다. 두 번째 양육 태도 척도는 허묘연(1999)의 박사 논문을 이후 손남숙과 이숙희(2008)의 연구에서 수정하였으며, 임호찬(2008)의 연구에서 요인분석으로 재구성한 검사지이다. 셋째, 스마트기기 사용척도는 스마트기기를 유아들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계기와 적정성을 부모가 스스로 확인하는 목적으로 만든 임은정(2013)의 도구로 신뢰도와 타당도는 이후 연구들에서도 확인되었다. 이 도구는 내가 개발하고 검증한 도구이며 이후 유아들의 스마트기기 이용에 대한 연구에 활용되었다. (척도는 일반화하기 위해서 보편화된 문항이지만 난 우리 유아들이 절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 검사척도인 조화적합성은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행동이 충돌하는 면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도구이다. Thomas와 Chess(1983)는 ‘조화적합성(goodness of fit)’ 개념을 찾아내었고, 서주현(2009)이 박사 논문에서 척도를 개발하고 타당도를 확인한 도구이다. ‘조화적합성’은 단순히 유아가 부모나 교사와 동일한 기질일 때 바람직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가 조용한 자녀를 원하는데 자녀는 조용한 기질이 아니라면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모 검사 도구는 정·오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상황을 이해하고 부모가 지원방법을 찾는 것이다. 상담의 본질을 찾으려면 교육기관과 부모의 철학이 확고하고, 그에 맞는 관찰과 질문으로 상황을 읽고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부모님과 교사가 신뢰를 가지고 유아들에게 도움을 주는 상담이 되길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3. 23 교육이야기
허묘연 (2000).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양육태도 척도 개발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서주현 (2009). 유아의 기질, 어머니의 양육태도, 조화적합성이 유아의 지능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Thomas, A., & Chess, S. (1983). Temperament and parent-child interaction. In W. Damon(Ed.),
Gottman, J. (1998). Raising an emotionally intelligent child: The heart of parenting. New York, NY: Simon & Schuster.
Gottman, J. M., Coan, J., Carrere, S., & Swanson, C. (1998). Predicting Marital Happiness and Stability from Newlywed Interactions.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60(1), 5–22. https://doi-org.proxy.cau.ac.kr/10.2307/353438
Eun Jeong Lim. (2013). Development & Analysis of Scale for Parents to Verify the Extent of Early Childhood`s Use of Smart Devices. Korean journal of elementary education, 24(4), 183-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