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 기술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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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대학 심리학과의 교수가 성인을 대상으로 사회관계 기술과 친구에 관한 내용을 방송했다. 그동안 내가 강조해 왔던 사회성, 친구와 관련된 설명을 보완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더 관심 있게 들었다. 평소에도 일상과 학문을 연결하여 명쾌한 강의를 하는 학자여서 관심이 있었는데, 이번 강의는 성인이나 유아에게 모두 중요한 사회성과 관련된 강의이고, 예시로 들었던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가 설명력을 높여주었기에 소개를 하고자 한다. 유비, 관우, 장비는 위, 촉, 오 삼국시대의 실존 인물이지만, 우리가 아는 ‘삼국지연의’의 이야기는 나관중이 삼국지를 소설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어서 끝까지 의리를 지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죽음을 맞이했다. 강의에서는 도원결의 때문에 이들이 더 발전할 기회를 잃었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이해한 대로 강의 내용을 설명하자면 유비, 관우, 장비의 관계가 너무 확고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관계 속으로 들어올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을 수 없어서 더 많은 인재와의 소통이 안 되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그때보다 훨씬 기대수명이 길이진 이 시대에 의형제를 맺어서 서로에게 너무 많은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서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지 못할 정도의 관계는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더 세분화된 일을 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다른 분야의 친구들과도 교류를 넓혀야 건강한 사회관계를 맺을 수 있고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끈끈한 관계만을 고집하면 다른 사람이 그 사이에 들어올 수 없으므로 더 좋은 관계를 놓칠 수 있고 잘못된 관계임을 깨달아도 벗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이해한 강의의 요지였는데 나는 청소년들의 사회관계에 대해서 생각했다. 학교폭력에 관련된 학생들이 혼자만 행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비행을 저지를 때도 혼자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렇게 부정적인 행동을 할수록 절대 배신하지 않는 끈끈한 관계를 요구한다. 배신한다면 함께 침몰할 수밖에 없으니 외부의 어떤 사람도 들어오기 힘든 결속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잘못된 행동임을 깨달아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결속력을 강조하는 사람은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성향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은 의존적인 사람들을 잘 알아보고 접근하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속성이고 현상이라는 설명도 했다.

유아들에게 건강한 관계 형성을 지도할 방향은 청소년, 성인기의 심리와 사회관계를 바탕으로 답을 찾을 수 있다. 내 연구 결과 괴롭힘과 왕따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나타났다. 초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했던 연구지만, 유아들까지 포함하였다면 유아들에게도 나타났을지 모른다. 어쨌든 초등학교 1학년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유아기 이전에 학습되었다는 것을 시사함에 주목해야 한다. 괴롭힘과 왕따가 특히 여아들에게 빨리 나타났다. 건강한 관계는 강의 내용처럼 행복하고 즐겁고 상처받지 않는 긍정적인 관계여야 하며 이는 유아들도 마찬가지이다.

정서적으로 안정될수록 다양한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다.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었다면 한 친구나 특정 대상하고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소유욕을 보이지 않는다. 누구하고나 함께 놀 수 있는 준비가 된 유아들은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선택할 수 있다. 놀이에 함께 참여하는 친구들과 기꺼이 즐겁게 놀이할 수 있다. 때로는 친구가 권유하는 놀이를 하거나 친구에게 놀이를 권유할 수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지 않으면 정확하게 의사를 밝히고 친구의 거절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유아들이 익혀야 하는 사회관계 기술이다. 학령기가 되어서도 나와 다른 친구는 배척하고 괴롭히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으려면 당당한 자기주장이 필요하고 폭넓게 친구들과 지낼 수 있어야 하므로 사회관계 기술을 유아기부터 학습해야 한다.

유아들은 내가 놀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무조건 친구를 돕겠다고 먼저 나서기도 한다. 조금 성장한 후에는 특정 친구하고만 놀려고 하고,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놀면 속상해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이 나타나는 순간이 사회관계를 학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므로 교사들은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모든 친구와 즐겁게 지내도록 독려한다.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 각자 다양성을 인정하는 건강한 사회관계 기술을 가진 유아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선물로 환심 사지 않기, 친구들과 밖에서 만나지 않기, 성별을 나누어 놀지 않기, 한 친구하고만 놀지 않기 등을 강조하는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8. 26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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