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성숲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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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오랜만에 학부모님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단한 설문을 했다. 유치원을 선택한 이유를 질문했을 때 3개의 응답을 제외하고 모두 ‘매일 자연에서 놀이하기 때문에’라는 보기를 택해 주셨다. ‘이론적으로 탄탄하고 유아교육에 정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급식이 건강하기 때문에,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적기 때문에, IB교육 때문에.’ 등의 중복응답을 해 주셨는데 의외로 IB교육을 알고 지원했다는 응답이 다수 있어서 반가웠다.

부모님들이 유치원에 기대하는 교육은 건강하게 자라는 어린이, 예의 바른 어린이, 만족지연이 가능한 어린이, 창의적이고 문제해결력이 있는 어린이 순이었다. 따로 기록된 내용에 여아들의 위화감과 질투로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서 성역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없어질 것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은 발달을 방해하고 불행의 요인이 된다는 필자의 주장과 일치했다. 자녀의 유아기부터 이런 모습을 예민하게 관찰한 부모님이 계셨다는 것이 놀랍고 기뻤다. 특히 여아들이 외모 경쟁, 물건경쟁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방관하는 부모님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모님은 문제 상황을 인식하는 관찰력과 실천력이 돋보였다. 그런데 그보다 그런 친구들이 모인 집단이 있다는 것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집단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교육기관이라면 교사들의 자질, 교육기관의 운영방침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석성숲유치원에서 겉모습에 대해 칭찬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지도하는 것은 현재의 발달이나 미래의 의식 수준에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당장 여아들에게 치마, 치장 등을 못 하게 하는 것이 싫어서 자퇴하는 부모님도 있었고, 남아, 여아의 비율에서 여아들이 적은 것도 그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유아기 때는 하찮아 보이는 이런 환경적 자극이 일생의 성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 것임을 모든 부모님이 알아주시면 좋겠다. 캐릭터, 외모 치장, 유행하는 모든 물질들은 모두 한순간 일시적인 것이며 상술인데 교육적으로는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친다.

기대되는 교육에 ‘어떤 것이 나의 몸과 마음을 바르고 건강하게 하는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길 바랍니다.’라는 기록을 해주신 분이 계셨다. 유아기부터 자신에게 바람직한 습관이 형성되면 나중에 무엇을 하든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런 뜻에서 써주신 내용인 듯하다. 이 또한 석성숲유치원에서 추구하는 교육이다. 당장 눈앞에 단어 하나를 암기하는 것보다 유아기에는 그 단어가 갖은 의미를 몸으로 느끼고 즐겁게 암기하는 성향을 기르는 교육이 정답이다. 이 외에도 부모님들의 기록을 보면서 이제 석성숲유치원의 교육을 이해하고 선택해서 보내주고 계신다는 것을 느꼈다.

유치원에 보내면서 걱정되는 것을 질문했다. 이 보기들은 그동안 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걱정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었다. 이전에는 가장 많은 것이 미세먼지와 안전이었는데 의외로 3, 4개 응답밖에 없었다. 걱정에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게 자라서, 사회에서 공격의 대상이 되거나 이용당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큰 상처를 받을까…. 걱정됩니다.’라는 의견이 있었다. 정리하자면 사회관계 기술과 회복 탄력성에 대한 근심이다. 유아들이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고 자연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순수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갖지만 이런 유아들이 나쁜 행동이나 공격에 대처하는 능력은 더 많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지면상 다음에 자세히 해야겠지만 국내외 연구에서 유아기에 자연에서 생활한 사람의 사회성과 회복 탄력성이 높다는 연구가 다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자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보아도 확신이 든다.

‘급격한 고물가로 인해 식단편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라는 글을 보면서 찡한 감사함을 느꼈다. 유아들에게 인스턴트와 냉동식품을 제공하지 않고 자연식재료와 신선한 육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이제 확실하게 알아주시는 것이 감사했다. 영양사 선생님이 발주할 때 1년 사이 2배 이상 오른 식재료에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자연식을 제공하는 것은 지켜갈 것이다. 유아들의 급식은 교육적인 철학이 담긴 고집이다. 설탕, 첨가제가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유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에 맞춘다는 핑계로 사용하는 것은 성인들의 양심과 철학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유아들의 교육과 관계된 예산은 끝까지 지켜갈 생각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3. 08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