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20년과 지금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지금 더 많은 확진자가 발표되고 있는데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은 등교를 하란다. 작년에는 강제적으로 등교를 막았다. 당국의 발표를 보면 학부모들의 원성과 해외 사례가 영향을 미쳤음이 느껴진다. “학부모의 사회활동과 사교육의 급증 그리고 교육공백의 심각성 때문에”라는 것이 대부분 등교와 관련된 발표의 서두이다. 지금의 등교 결정은 교육공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용했다기보다는 유권자를 위한 조치처럼 느껴진다. 원칙이 있었다면 작년에 그렇게 우왕좌왕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육공백의 심각성을 느끼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미 교육의 민낯이 드러나 버렸다.
작년에 썼던 글들을 돌아보았더니 교육 결손이 크게 보일 것이라고 걱정을 잔뜩 했던 교육이야기들이 눈에 띄었다. 석성숲유치원은 밀집도가 낮고, 공간이 개방되어 있는 환경이어서 방역기준을 지키며 등원하는 것이 수월했다. 환경과 부모님들의 도움으로 비교적 수업공백이 적었다. 교육계에 있는 지인이 “임박사는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알고 유치원을 준비한 거야?”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예측한 것은 아니지만 유아는 자연에서 놀아야 한다는 최근의 연구를 반영해서 자연을 활용할 수 있는 입지를 선택한 것은 맞다. 유치원의 입지와 처음의 설립의도가 팬데믹에 비교적 유리했다.
그런데도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에게도 예년과 다른 발달의 특성이 많이 느껴진다. 앞으로는 결손 된 발달을 극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석성숲유치원은 유아들의 발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교육에 반영하기 위해서 매년 하는 발달검사를 하는데 주로 교육철학과 관련된 주제의 검사를 한다. 올해는 이번 주부터 시작했다. 발달검사를 하면서 더 정확하게 교육결손을 파악하게 되었다는 것이 교사들의 반응이다.
모든 발달의 속도와 영향은 키의 변화와 비슷하다. 생후 1년간 키는 50%이상 성장하고 36개월이면 거의 두 배가 된다. 다른 발달도 이처럼 영유아기에 급격한 변화를 보이는데 이 시기에 1년 이상 불리한 환경에 놓이면 발달의 어딘가에 생채기를 남길 것이다. 스페인 독감의 영향이 나중에 연구된 것처럼 정확한 결과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알겠지만, 영유아는 다른 연령의 인구보다 훨씬 큰 피해가 예상된다.
팬데믹이 자연스러운 실험 상황을 만들어서 이론적이고 정도의 교수·학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은 이론과 경험으로 학습방법을 적용했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비교집단을 만들지는 못했다. 옳은 방법에 대한 신념이 있는데 실험을 위해서 일부 유아를 활동에서 배제하고 학습지를 시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영역에서 팬데믹 전•후의 다른 발달이 관찰이 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수 개념 발달을 먼저 살펴보려 한다.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은 많은 돌과 꽃 등 자연물을 세고, 나누고, 모으고. 빼고 더하는 수놀이를 숲에서 매일한다. 이 활동들이 수개념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낀다. 이전 졸업생들은 처음 접하는 수학책이지만 스스로 자신 있게 풀 수 있었다. 모르는 것도 실물을 가지고 이해하며 도전했기 때문에 한숲에서 수학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결석이 많았던 이번 졸업생들은 기초적인 개념이 탄탄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유아기에 “돌탑을 쌓을 장소를 정합시다. 그 장소 옆에 돌을 100개씩 주워서 모아봅시다.” 이렇게 100개쯤 세다 보면 헷갈려서 다시 세는 경험을 한다. 그러면서 나름의 전략을 짜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용어는 모르지만, 십진법, 오진법 등의 개념이 생기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100처럼 큰 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 5, 10, 15….. 늘려가며 놀이를 한다. “우리가 모아온 꽃 잔디의 잎은 모두 몇 개가 될까요?” 그 작은 꽃 잔디의 잎을 떼어 세어야 한다. 일상이니 할 수 있다.
“이번 유아들은 20까지 세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실수를 해요. 요령이 없는 것 같아요. 많이 안 놀아봐서 그런가 봐요.” 이번 졸업생에 대한 교사의 이야기이다. 유아기 교육은 자연에서 실제로 해보는 반복놀이가 중요하다는 것을 현상적으로 알려준다. 주입식으로 같은 유형의 문제를 외우는 방법을 일찍 시작한 만큼 수학을 포기하는 시기도 당겨진다. 유아기를 벗어난 학생들은 지식 주입이 극복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아들은 그럴수록 더 천천히, 더 꼼꼼히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수학 놀이가 절실히 요구된다. 꽤 오래된 영상인데 ‘공부 못하는 나라’라는 EBS 지식채널의 프로그램이 있다. 공부를 당장 못해도 괜찮으니 정말 천천히 반복하고 반복해서 수학과 글자의 기본을 탄탄하게 해야 한다는 독일의 교육 철학과 현실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모두 한번 시청해 보시기를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3. 18.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