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영어, 단어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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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숲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건 교실 영어와는 완전히 다르다. 책상에 앉혀놓고 “Repeat after me!”를 외치는 대신, 풀밭에서 “Catch!”, 물웅덩이 앞에서 “Splash!”를 외치면 된다. ‘Stick’이라는 단어 하나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100개의 단어를 나열하는 것보다 유아 학습 효과는 훨씬 높다.

“Find sticks!”라는 지시 한마디면 충분하다. 유아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나뭇가지를 찾는다. 누군가는 길쭉한 걸 들고 오고, 또 다른 유아는 나무껍질을 들고 와 “Stick!”이라고 말한다. 교사가 “This is bark, not stick.”이라고 구분을 설명하는 순간, 유아는 stick과 함께 bark도 습득한다. 이어 “How many sticks?”라는 질문에 손가락으로 세며 “Three!”, “Four!”라고 대답한다. 단어 하나로 ‘bring’, ‘count’, ‘more’까지 확장된다.

비 오는 날도 마찬가지다. “Today is rainy. Let’s play with water.”라고 말하고 “Jump!”, “Splash!”를 외치면 끝이다. 비옷을 입고 장화를 신은 유아들이 빗속에서 “Splash! Splash!”를 반복하며 언어를 몸으로 각인한다. 곤충 찾기 활동도 효과적이다. “Today we will find grasshoppers!” 한 문장으로 수십 번의 단어 반복이 가능하다. 유아들은 메뚜기를 잡아 “Grasshopper!”를 연발하고, 흥미 있는 유아는 ‘head’, ‘wings’, ‘hind legs’까지 배우며 어휘를 확장한다. 명사 하나가 어휘 지도 전체를 넓히는 기폭제가 된다.

강당 활동 역시 단어 학습의 장이다. 피구를 하며 “Throw!”, “Catch!”를 외치게 하면 된다. 영어를 쓰지 않으면 게임에서 제외된다는 규칙 하나면, 유아들은 스스로 단어를 외친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유아에게 관심이 없거나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이나 교재를 강제로 학습시키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학대다. 교육은 발달 단계와 학습자의 흥미를 존중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해와 참여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반복 강요는 언어 습득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학습 자체를 부정적인 경험으로 각인시킨다. 특히 유아기는 놀이와 탐색이 곧 학습이 되는 시기다. 유아가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움직이며,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을 빼앗는 순간, 교육은 그 본질을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재 중심의 주입식 영어보다, 숲과 같은 살아있는 환경에서의 단어 경험이 압도적으로 효과적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유아 영어 교육은 ‘짧고, 반복 가능하며, 움직임과 연결된 단어’로 시작해야 한다. 설명은 짧게, 단어는 명확하게, 그리고 반드시 유아가 직접 움직이며 경험하게 해야 한다. 동사 하나와 명사 하나면 충분하다. ‘Stick’과 ‘Find’, ‘Splash’와 ‘Jump’처럼.

숲속 영어의 목적은 완전한 문장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 단어를 꺼내 쓰고, 놀이 속에서 반복하며 습득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오늘은 ‘stick’, 내일은 ‘grasshopper’, 그다음은 ‘puddle’. 단어 하나, 동작 하나, 그리고 반복. 이렇게 하면 영어는 숲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반드시 뿌리를 내릴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8. 14.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