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기기는 정말 백해무익한 것일까? 부모님의 입장에서 당장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유아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쥐어주면 위험한 장난을 치지 않고, 조용하고, 손이 가지 않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양육자에게 휴식을 주는 계기가 된다. 뭔가 자책을 하게 될 때는 괜찮은 이유를 만들어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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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애는 0튜브로 한글 배웠어요.
- 우리애는 0튜브로 영어를 해요.
라고 말하는 부모님들께 묻고 싶다. 한글이나 영어를 이해하고 사고하는 수준이 지금 정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인지, 그 밖에 희생된 뇌 발달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해도 역시 0튜브가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부모님이 귀찮아서 제일 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위안을 삼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그렇다고 일찍 스마트기기에 노출되었을 때 자녀에게만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들이 유아들과 보내야 하는 시간은 앞으로가 더 길고 험난한 과정이 될 수 있는데 학령기에 가서 학업에 집중을 못한다거나 책읽기가 어렵게 되면 그 때부터는 부모님과 자녀가 모두 갈등 속에서 불행한 시간이 될 것이다.
유아가 유치원에 오는 것을 힘들어 한다는 것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싶거나, 놀이에 자신감이 생겨서 혼자 놀고 싶거나, 친구들에게 양보하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가끔 결석을 한다. 그런데 스마트 기기를 알게 되면 유치원에서의 놀이가 자극이 되지 않아서 점점 시들해 진다. 선생님들은 금방 알아차리고 부모님께 말을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늘 잘 놀던 유아가 짜증이 늘거나 과격해 지면 거의 스마트기기가 원인인 경우이다. 글자에 대한 놀이에 갑자기 흥미를 잃고 표정이 어두워지면 대부분 한글공부를 시작한 경우이고, 수개념은 생각하지 않고 단편적인 계산만 하려드는 경우는 대부분 수학학습지를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바로 부작용이 보이는 학습방법은 학습이 아니다.
스마트기기로 공부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시계에 60분을 모두 적어보도록 하는 것(가을반이 시작했다)은 그렇게 오래 지루한 활동을 함으로써 사고의 과정을 거치고 나름대로의 규칙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유아기는 편리하고 빠르게 공부하는 시기가 아니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정말 한심할 만큼 우직하게 배워가야 하는 기초공사이다.
기초공사가 흔들리면 이후 학업도 사상누각이 된다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유아도, 부모님도, 교사도 모두 한심할 만큼 우직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해보는 활동을 해야 한다. 주위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이것이 진리이다. 지금 당장 남보다 빠르게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한글은 언젠가 읽을 텐데 1년 빠르게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1년 후에 진정한 공부를 한 사람은 글을 읽고, 이해하고 설명도 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냥 한글을 아는 사람이 아님을 잊지 말자.
영어도 영어적 표현을 이해할 수 있는 자질과 언어감각이 중요한 것이지 빨리 단어를 외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수학도 수학적 사고력이 중요한 것이지 앵무새처럼 수를 세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유아는 수개념은 없는데 계속 숫자만 읽는 유아도 있다. 모든 학습의 중요한 과정과 목적을 반드시 생각하는 부모님과 교사들이 행복한 학습자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놀이속에서 알아가야 한다.
자극적인 영상이 없이,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게 놀이하면 모두 해결된다. 적어도 각자의 기질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다.
우리 유아들은 유치원이 제일 좋고, 제일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어떤 이유도 다 넘어설 만큼 즐겁고 배움의 욕구가 충족되는 유치원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늘 듣고 싶은 말은 ‘주말에도 얼른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해요.”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04. 2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