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를 보는 유아는 모든 교사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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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스마트기기 사용척도 응답의 통계자료를 확인하는 중이었다. 한 교사가 “우리 반에 사용 척도 점수가 정말 높게 나온 어린이가 있어요.”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교무실에 함께 있던 한 교사가 “창민이지요?”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담임교사가 “예, 맞아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 장면을 보고 놀라운 마음에 교무실로 들어오는 다른 교사들에게도 물어보았다. “○○반에 스마트기기 이용 점수가 너무 높아서 걱정하는 유아가 있다는데 누군지 아시겠어요?”라고 물으니, 유치원의 모든 교사가 그 어린이가 창민이인 것을 맞추었다. 내가 “어떻게 그렇게 맞출 수 있었어요?”라고 질문하자, 교사들은 “의욕이 없어 보여요.”, “집중을 어려워해요.”, “친구들과의 놀이에 관심이 없어요.”, “새로운 것에도 흥미가 없어요.”,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아요.”, “매사에 그냥 표시가 많이 나요.”라고 말해주었다.

이 장면으로, 1학기 상담 전에 부모님들이 꼭 알아야 하는 시급한 주제가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맞추는 것은 그만큼 표가 난다는 것임을 부모님들께 알리고 싶다. 창민이가 신입생이어서 그렇겠다고 이해는 한다. 그런데 속이 상하는 것은 그동안 창민이에게 아무도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지적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부작용이 보이는데 다른 기관이나 가정에서는 그런 것을 못 느끼는 것인지 궁금하다. 석성숲유치원의 교사들이 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금방 알아차리는 이유는 석성숲유치원의 교수·학습 방법이 사고력과 자발성을 요구하기 때문일 듯하다. 스마트폰을 보는 유아들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고(사고력), 의욕이 감소하고(자발성), 짜증이 증가하는 등의 특징적인 행동을 보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 여부를 교사가 금방 알아차리는 것이다.

2018년, 한양대 소아정신과 연구팀이 ‘스마트기기 이용실태’검사 도구를 연구에 사용하기 위해 저자인 나에게 허락을 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 유치원 유아들과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서 연구를 진행했었다. 연구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스마트폰을 제공하면 생기는 문제 연구와 중재 프로그램까지 이어지면서, 연구에 참여한 모두가 유아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꼈다. 이 때문인지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정립된 듯하다.

이처럼 부모님들과 교사들의 현상적 경험이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유아는 이용 이후에 짜증이 늘고 우울감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2018년 연구 과정에서 재확인하였다.

첫째, 유아 입장에서 스마트폰의 영상보다 더 자극적인 활동이 없기에 사용 후에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사용시간을 연장해 주어도 나아지지 않을뿐더러 허용할수록 더 심해진다. 스마트폰을 오래 할수록 아무런 뇌 활동 없이 강한 자극이 들어오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후의 모든 활동이 시시하게 느껴지게 되므로 더 짜증이 나게 된다. 부모님들이 보상이나 협상의 도구로 스마트폰을 제공한다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뇌 의학·뇌 과학적으로 스마트기기를 보는 상황에서의 뇌파가 나타난다. 한양대에서 연구를 위해 뇌파 검사기기를 가지고 와서 측정했을 때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된 유아들은 뇌파의 반응이 약하고 불안정했다. 이는 학습적인 내용의 콘텐츠도 마찬가지이며, 유아용일수록 유아로 하여금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전혀 학습에 도움이 안 된다. 심지어 언어학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관계 형성을 동반해서 언어를 배우게 되는 영유아기에 기계음은 소음이 될 뿐이다. 유아 중 25%의 언어발달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가정에서 스마트기기를 더 자주 접하게 된 코로나19 이후 언어발달이 더 심각해졌음을 나와 교사들은 느끼고 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본인의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시대에 안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생각을 하거나, 집을 어지르지 않고 부모님을 귀찮게 하지 않는 도구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집이 어질러지더라도 유아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 재활용 만들기, 오리기, 색칠할 수 있도록 재료와 장소를 제공하고 함께 즐기는 시도를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밖에서 “얌전한 아이, 예절 바른 아이”가 되기 위해서 스마트기기를 주었다면 다른 노력을 시도해 볼 수 있다. 2018년 중재 프로그램에서 외식하러 갈 때도 색종이와 색칠자료를 가방에 스스로 챙겨가도록 지도하고 식당에서 스마트기기를 대체하도록 제안했었다. 이렇게 부모님들과 유아들이 실천하니, 유아들의 짜증이 없어지고 언어발달, 사회관계, 사고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이 밖의 다른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을 잘 모르거나 실천이 어려운 부모님들은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청하면 모두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유아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유아들은 놀라운 가소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달라진 유아들의 발달상황을 담임교사들은 바로 느낄 수 있다. 부모님이 결단하고 노력하면 부모님과 자녀 모두 더 행복하게 갈등 없이 발전할 수 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4. 0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