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배우는 힘을 지켜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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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학생이 수업 내내 집중을 전혀 하지 못하고, 금방 들은 말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어젯밤 몇 시에 잠들었는지 물어보니,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고 했다. 손을 번쩍 들며 질문을 하고 발표하던 학생이었는데, 최근 며칠 동안은 전혀 발표도 없고, 질문도 없으며,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께 이유를 물으니, “교수님도 느끼셨어요? 요즘 숲에서조차 집중을 못해요. 그런데 일기장을 보니 운동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더라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한 학생은 해야 할 일을 자꾸 놓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일이 알려주어야만 했다. 며칠 동안 아파서 결석한 이후이다. 단 4~5일의 결석이었지만, 그 사이에 형성되었던 습관이 모두 흐트러져 버렸다. 공통점은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하는 교육 방식’에서는 단 하루의 공백도 바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반대로, 주입식으로 배우는 수업은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 결석을 해도 공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현장학습이라고 신청하면 결석도 출석으로 인정하는 학교에서 배움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배움의 내용과 가치를 부모의 판단에 맡겨도 될 만큼 전문성을 포기한 것이다.

운동처럼 활발한 활동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배우는 형태라면 주입식이다. 돈을 받고 가르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주입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게 축구든 야구든 마찬가지다. 필자가 주입식 교육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 보습학원만 해당한다고 착각하는 부모들은 이런 차이를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사실을 그대로 알려드리도록 했다.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질문을 찾고, 스스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잠깐인데 뭐 어떻겠어?”, “운동 좀 배운다고 설마 사고과정에 영향을 주겠어?”라고 생각하지만, 교사들이 바로 눈치챌 만큼 큰 차이가 나타난다.

교육과정이 있는 교육은 1학년, 2학년이라는 틀에 맞춰 ‘과정’이 주인공이 된다. 정작 교육을 받는 학생과 교사가 앎의 즐거움보다 과정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배움은 다르다. 오늘 숲에서 영어를 하고 나서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숲에 나가면 할 게 너무 많아요. 비가 온 뒤라 거미줄도 보이고, 버섯도 신기한 게 많아서 영어로 표현하고 반복해서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넘쳐나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감사함이 느껴졌다. 숲에서의 영어는 미리 수업준비가 불가능하다. 그날의 상황을 읽고 어린이들과 함께 수업을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가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질문하고, 탐구하며 성장하는 과정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이며 교사도 함께 느껴야 가능한 일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9. 22.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