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내가 하는 일 중에서 매주 교사들이 만든 자료를 확인하는 일도 있다. 위의 자료를 집으로 가져간 봄 반 유아의 부모님은 무엇인지 알 것이다. 우리가 매주 감상한 명화를 스스로 잘라서 다시 재조합하여 붙이는 놀이 종이이다. 위의 그림이 3월 초에 만든 자료이고 아래의 그림이 이번 주에 만든 자료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나는 어제 “선생님 이제 이렇게 오려도 할 수 있어요? 정말 많이 달라졌네요.”라고 말했다.
이는 가위질을 어려워하던 유아들에게 소근육을 조절하는 연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력도 기르게 된다. 더불어 이번 주에 선생님과 함께 보았던 명화를 여러 번 생각하는 기회도 갖는다. 반면, 스티커 붙이기는 유아들에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스티커를 간단히 떼어서 붙이는 과정이 별로 사고에 도움이 되지 않고 연습할 내용도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풀, 가위가 필요 없고 집도 어지르지 않는 편리성만 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어른 중심적 발상(idea)이다. 늘 이야기하듯이 유아들에게 편리성만 강조하는 교육은 남는 것이 없다.
스티커 말고도 유아들에게 편리성만 강조하는 교육이나 환경이 있는지 모두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대표적으로 스마트기기가 있다. 간단하게 쓸 수 있고, 빠르고 편리하다. 스마트기기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의미 있는 조합을 만들어 자신의 지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정보를 찾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특히 유아들은 의미가 없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려하고 빠른 영상에 노출되면 뇌의 흐름이 멈추고 발달을 방해하는 시간이 된다.
위의 그림에서 처음에는 4조각으로 자르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 그림을 다시 붙이는 것도 어려웠다. 풀칠하는 것조차 힘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3달이 지난 지금은 그림의 조각이 6개로 늘어나고 어떤 선을 먼저 오려야 할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과제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변화를 보면서 나태주 시인의 시가 생각났다. 정말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발달하는 유아들의 모습을 발견하여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과 교사가 있어야 유아들은 기죽지 않고 날개를 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기죽는다’는 개념을
『내가 할 필요가 없어. 나보다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게 더 나아.
파는 장난감이 더 근사하니까 내가 만들지 말아야 해.
내가 하는 것보다 엄마가 해주는 것이 더 편하고 완벽해.
나는 못 그리니까 그려줘.
내가 하는 것보다 영상이 훨씬 좋아 보여.』 등으로 해석한다.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기죽는 것이다. 유아들이 운동 발달과 미술을 하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그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유아들을 보면서 심각성을 느꼈다.
『나는 열심히 움직이는 내 모습이 좋아.
내가 그린 그림은 내가 그렸으니까 가장 소중해.』
라고 생각하며 풀꽃처럼 스스로를 바라보는 유아들이 되길 바라며 열심히 연구하려 한다. 어른들은 다시 한번 시를 읽으며, 우리 유아들을 바라보고 유아들은 자신과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6. 29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