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준비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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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우리들 모두는 오랫동안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시험 준비’를 시켜왔다. 그러나 시험 준비와 공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시험 준비는 교사의 마음을 읽고, 교과서만 붙잡으며,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이 곧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 방식이다. 반면 공부란 지식에 더해 탐구와 사고가 함께하는 과정이다. 탐구자가 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사람(thinker)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에서는 비판적 사고를 하면 시험에서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교수의 설명에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많은 선진 대학에서는 교수의 말에 그대로 동의하면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는다. 진정한 학문은 의문을 품고 질문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시험 잘 보는 사람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공부를 잘하는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실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나의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고등학교 검정고시 100점을 받았다. 진심으로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싶어서 물어보았다. 교과서 외의 권장 도서를 통해 읽었던 역사책을 교과서로 한번 읽으니 이해가 잘 되었다고 했다. 수학은 스스로 진도를 다 나갔기 때문에 풀 수 있었다고 했다. 영어 단어가 점점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고 했는데 이는 어근을 중심으로 확장해서 어려운 단어를 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단순 암기가 아니라 탐구와 이해가 학습의 중심이 된 것이다. 그래서 시험 문제가 오히려 쉽게 다가왔나 보다.

공교육으로 치면 3학년 수준이지만, 책을 고르는 눈과 몰입하는 태도는 놀라운 학생이 있다. 흥미를 느끼는 책을 스스로 찾아 읽으며, 읽기의 수준과 사고력이 자연스럽게 깊어졌다. 시험 준비용 책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책에서 배움이 이루어진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 세대는 시험 준비형 교육을 받아왔다. 시험은 잘 봤지만, 공부 자체를 즐기지 못했고 교과서 외의 책을 읽는 학생들보다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학생들은 다르다. 시험을 위한 준비가 아닌, 공부 그 자체를 즐기며 탐구와 사고를 통해 성장한다.

이제는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시험 잘 보는 아이를 원할 것인가, 아니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탐구하는 진정한 학습자를 키울 것인가. 부모와 교사가 이 선택 앞에 서 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5. 09. 29.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