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를 먹는다고 학교를 졸업한다고
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흔들리면서
조금씩 삶을 배워나가면서
그만큼씩만 어른이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갑니다.
김난도(2012).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중에서
이 글을 보면서 우리 유아들이 자라가는 모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빨리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종용하면 부작용만 생긴다. 정말 조금씩 미련해 보일 만큼 천천히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었을 때 결과적으로는 바른길로 갈 수 있고 오히려 빠르게 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다수 어른은 독서를 하라고 종용하지만, 책을 읽을 시간을 주지 않는다. 제대로 먹어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 공장 음식을 먹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다수의 사람 외에 바람직한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마트기기를 쥐어 주는 순간, 책을 읽을 확률은 0에 수렴하게 되고, 책을 읽을 수 없으면 좋은 어른이 될 확률은 희박해진다. 아무리 이러한 말을 해도 여전히 대다수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동조 현상 때문인 것 같다. 틀린 답인 것을 알면서도 앞사람이 모두 그렇게 답을 하면 따라가게 된다는 심리학자 애쉬의 실험처럼 모두 그렇게 따라가는 것이다. 대중이 늘 옳은 것은 절대 아니다.
“요즘 시대는 어쩔 수 없어요. 다른 애들도 다 하고 교사들도 검색을 시키니까 괜찮을 거예요. 모두 정말 안되는 것을 하겠어요?” 모두 그렇게 하니 설마 우리 애만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는 안일함이다. 그런데 이런 부모들은 가족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대화하는 일상이 자연스러운 가정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모르고 싶을 것이다. 저녁에 모두 모여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 가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하나하나 배워서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대중의 선택을 따라간 가정과 옳은 길을 찾아간 가정이 길러내 사람의 성정은 같을 수 없다.
국가의 교육과정이 옳은 길인지 살펴 가라고 권하고 싶다. Curriculum(교육과정)의 어원은 경주로이다. 우리나라 경주로가 잘 못 되어 있다면 다수의 의견대로 가야 할지 옳은 길을 골라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가정도 특별히 옳은 길을 가는 가정이 있는 것처럼 교육과정도 옳은 과정을 가는 나라가 있다.
독일과 일본 교육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내가 독일, 일본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학교의 시작이 전체주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시작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1등만이 목표였기 때문에 학생의 인권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히틀러 이후 자신들의 과오를 깨닫고 선발적 분리교육으로 경쟁을 지양했다. 그러나 이제 인문계와 실업계 통합학교인 게잠트슐레와 게마인샤프트슐레를 새로운 중등학교로 신설‧전환하는 등 다양한 학교개혁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 독일은 전쟁 이후 판매원, 수공업자 등 단순 노무직종, 전기‧전자산업 분야, 공업기술 직종 종사자를 양성하기 위한 중등학교와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김나지움을 분리하여 경쟁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이제는 경쟁도 없고 분리하지도 않는 통합의 시대임을 인정하여 통합학교를 지향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학교에 경쟁체제를 구축하였지만, 그들은 이제 커리어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좁은 의미의 직업교육이나 진로교육을 넘어서 유치원부터 고등교육기관까지 사회적으로나 직업적으로 개인의 자립을 위한 기반 능력과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이 초·중·고의 학교단계를 거치는 동안 생각하고 습득하게 될 학생 자신의 커리어 발달에 관련된 능력과 태도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을 지향하려고 노력 중이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가도록 돕는 곳이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일찍 선별하지 않으며 타인과의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전체주의, 분리주의, 성과주의에서 독일과 일본이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는 타인의 입장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맞추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경쟁을 부추긴다면 옳은 길이 아니다. 유아기(만 8년)까지는 학습 방법을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며 학습 내용의 암기나 습득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옳은 길이다. 혹시 어린이집이, 유치원과 영어학원에서 유아들에게 지식주입을 한다면 그 길 밖으로 나와야 한다. 빨리 옳은 길을 찾아야 한다. 흔들리며 성장하는 할 수 있는 바람직한 환경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어른이 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5. 2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