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선생님, 저 영희랑 같이 앉고 싶어요.
교사: 영희한테 가서 이야기해보세요.
소리: 영희야, 나랑 같이 앉자.
영희: (다른 자리에 앉으며) 나 여기 앉고 싶은데.
소리: 선생님, 저 영희랑 같이 앉고 싶은데 영희가 저기 앉았어요.
교사: 소리야, 영희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거예요.
소리: 영희랑 같이 앉고 싶은데.
교사: 소리도 소리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은 거지요?
소리: 네.
교사: 영희도 영희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은 거예요.
소리: 네.
위의 일화 기록은 봄 반의 얼마 전 기록이다. 친구들에게 관심이 없던 봄 반 유아들이 이제 제법 친구를 찾기 시작하고 함께 앉고 싶은 친구도 생겼나 보다. 이 일화를 보면서 굳이 영희 옆에 앉고 싶다는 소리와 굳이 다른 자리에 앉는 영희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다. 영희는 소리가 싫었던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소리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고, 놀고 싶은 발달단계에 이르렀고, 영희는 친구의 감정이나 요구에 관심이 없는 발달단계이다.
딸기가 콘플을 위로 쌓고 있는데 살구가 딸기의 콘플 위로 쌓는다.
딸기: 내가 하고 있어. 싫어.
살구: 헤헤헤헤헤헤.
딸기: 선생님, 살구가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내가 만든 거에 올려요.
교사: 살구야 친구가 불편하고 싫대요. 살구는 살구 것 만들어주세요.
살구: 아니야. / 교사: 살구야 친구랑 같이 만들고 싶어요?
살구: 응. / 교사: 그러면 먼저 친구에게 나도 이거 같이 해도 돼? 라고 물어보고 해야 해요.
살구: 나도 이거 같이 쌓아도 돼?
딸기: 아니, 안돼.
살구: 딸기가 안된대.
교사: 살구는 선생님이랑 같이 쌓아볼까요?
딸기: 싫어.
딸기는 혼자 완성하고 싶고, 살구는 친구와 함께 놀고 싶은 모습이다. 이 상황도 딸기가 살구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업에 몰입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유아들이 가정에서 아래처럼 말을 전달하면, 어머니는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소리 : 친구가 나랑 같이 안 앉는대./ 친구가 안 놀아줘.
② 살구 : 친구가 나랑 같이하는 게 싫대./ 친구가 안 놀아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우리 애가 왕따인가요? 친구들이 싫어하나요?” 라고 교사에게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교사는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00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어떤 상황일까요?” 라고 교사에게 질문을 하면 교사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될 것이고 부모님은 대화를 통해서 내 자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학부 때는 놀이의 단계를 나눈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암기하여 시험을 준비하기에 바빴고, 저 경력 교사 시절에는 뭐가 뭔지 몰라서 이론의 적용이 어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다. 나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유아들에게 효율적인 교육을 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위의 일화와 같은 상황일 때 유아들의 발달을 이론적으로 이해하면 중재도 더 수월해지고 발달에 도움이 되는 대화를 해줄 수 있다. 석성숲유치원 교사들에게 이론을 실제와 결합해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유치원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역할이다. 처음 유치원을 시작했을 때는 몇 년만 그 역할을 하면 업무가 줄고 수월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번, 매년 달라지는 상황마다 그 역할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다. 교사들에게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나 역시 늘 연구들을 찾고 확인해야 하지만 유아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교육의 이론이 실제에 적용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교사들은 교육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유아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도 교육적 가치와 의도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유아들의 놀이 장면은 사회관계 발달, 인지발달, 언어발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여러 장면을 접하게 되는 교사의 관찰은 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유아의 양육자는 유아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아의 발달을 보다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다. 교사가 유아들의 긍정적 발달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은 부모 못지않다. 유아들의 발달에 대한 교사의 의견을 수용하고 궁금한 내용을 진심으로 질문하며 함께 노력하는 가족들이 있을 때 유아들은 행복하게 발달이 촉진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4. 25.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