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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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유아가 갑자기 불안해하고 우울해 보인다고 담임이 나에게 상담을 했다. 그 유아가 최근 들어서 자주 울기도 한다고 담임이 걱정을 하였다. 그 유아에 대해서 담임과 이야기하는 도중에 그 유아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게 되었다. 유아가 행복하고 안정되는 것도, 불안한 것도 가장 가까운 주 양육자와 관련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 양육자는 어머니가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유아 발달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를 해서 인간발달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했었다. 그러나 유아의 변화된 모습이나 조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유아를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아야 답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도 어떤 사람, 어떤 환경에 있는가에 따라서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상관계이론’이 연구되었다. 유아들은 어른에 비해서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유아들은 특히 가정, 교육기관 등의 환경에 정서적인 영향까지 그대로 이입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이나 친구가 슬퍼하면 함께 슬퍼하고 공감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서발달이다. 정서는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주 양육자의 건강과 기분이 유아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유아들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한 상황에서는 특히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아들은 언어로 표현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신체반응, 행동의 변화 등으로 표현을 하게 된다. 유아들의 행동이나 정서에 변화가 느껴지면 물어보면서 기억을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관찰하고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 힘든 정서 상황에 놓이면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 방어기제를 작동하기도 하므로 이럴 때는 행동 뒤에 숨은 정서를 찾아보아야 한다. 어른들은 마음이 아픈 상황이 오면 주로 상담치료를 하지만 유아들을 대상으로 상담치료를 시도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아들의` 말로 표현하는 능력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안 좋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서 상처를 키우게 될 것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우리 유치원에서 교사가 유아의 변화를 느끼고 나에게 상담을 할 때, 나는 늘 좀 더 관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관찰하는 것과 함께 가정에서 주 양육자가 관찰을 하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주 양육자가 고단함과 불편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관찰이 어렵다.

오늘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지는 이것이다. 주 양육자가 행복하고 편안해야 유아들도 안정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교육 경력이 늘어날수록 유아를 해하기 위해서 유아 자신만이 아니라 유아를 둘러싼 환경과 양육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유아를 양육하는 가족들이 행복해야 우리 유아들도 바르게 자라고 행복하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분석이나 성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공부를 더 하게 되었다. 내가 새로운 공부를 하면서 양육자의 행복에 대해서 더 많이 느끼게 되었으며 관련 연구결과도 다수 있음을 알았다.

자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모님들만이 아니며 주 양육자가 조부모님들인 경우도 많아졌다. 우리 유치원도 조부모님들이 돌봐주시는 유아가 많다. 이런 경우는 조부모님의 체력과 정신적 여유로움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모든 영향이 고스란히 유아들에게 간다. 같이 계시는 할머니가 편찮으시거나, 불안하거나, 우울한 일이 있으면 유아들도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유아를 양육하는 환경이 옛날보다 나빠졌다. 옛날에는 대가족 제도 안에서 서로서로 도와 가면서 양육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주 양육자 한 분이 모두 다 돌봐야 한다. 그래서 유아교육기관이 더 중요해 지고 있지만 유아교육기관이 아무리 좋아도 가족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조부모님이 주 양육자라면 우리 유치원 교육설명회에 함께 오시기를 권한다. 유아들의 교육에 대해서 모든 가족이 이해해 주시면 더 좋겠다는 바람이다. 주 양육자가 누구든 모든 가족이 주 양육자와 유아의 정서에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유아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발달하는 것이 우리 유치원과 가족 모두의 소망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유아를 돌보는 양육자의 정서와 건강이 확보될 수 있도록 모두 도와야 한다. 필요하다면 나와 교사들도 힘을 모을 것이다. 무엇보다 양육자 스스로도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0. 01. 30.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