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 교육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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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SCO는 2021년 11월 『함께 그려 보는 미래 교육 사회 계약』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기성세대가 평화와 공정을 지킬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교육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서 학습을 하는 이유, 학습을 하는 방식, 학습 내용, 학습을 하는 장소, 학습을 하는 시기를 다시 규정해야 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선언했다. 즉 교육이 ‘새로운 사회 계약’을 통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UNESCO가 제안한 새로운 사회 계약의 원칙에 비추면 우리나라는 기존의 교육 틀이 와해되어야 하는 수준이다.

학습의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기존의 학습 이유는 가문의 자랑, 입신양명이었다. “다 널 위해 하라는 거야, 네 공부가 나 위해 하는 거니”라는 부모들의 논리로 밀어붙였지만 그 결과는 행복과 이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듣던 ‘학교에서 우등생이 반드시 사회에서 우등생은 아니다’라는 속설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연구들도 일률적인 내용의 학업성취가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님을 인정하고 UNESCO는 웰빙을 학습의 이유로 꼽았다.

웰빙(well-being)은 국립국어 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고 오픈 사전에만 등재되어 있다. 우리말로 ‘참살이’라고 순화해서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넓은 범위의 신조어이다. 세계적으로 학습의 이유로 삼자고 하는 well-being은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이 현재 혹은 미래에도 행복하지 않은 일을 강제로 학습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학습의 방식은 일률적인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공동 작업, 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조직되어야 한다고 했다.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 하나만으로 무엇인가를 이뤄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협력과 공동작업이기 때문에 교육방식도 이에 맞추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니 학습의 이유와 학습 방법을 연결해서 생각해 보면 그 중심에는 사람 간의 소통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UNESCO가 제안하는 미래 교육 과정은 학생들이 지식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지식을 만들어 내고 지식들을 비판하고 발전시켜 활용할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교과서에서 학생들이 지식을 얻는 것은 익숙하지만 지식을 만들어 내고 비판해서 활용하도록 지도하는 교육과정은 교수자의 새로운 시각이 없다면 실천하기 어렵다.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을 알더라도 해보지 않았던 교육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한 세대는 선구자적 자세와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미래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런 고비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교육의 비효율과 부작용을 알면서도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받아들이는 학습자 입장에서도 발달과정에서 훈련이 되지 않으면 질문을 가지고 비판을 하면서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학습법이다.

UNESCO가 제안하는 미래교육의 학습내용은 생태계 • 다 문화 • 다 학제로 구성되어야 한다. 인간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문화의 가치란 단순히 피부색이 아니라 나와 다른 무엇이든 서로 존중하고 인정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말하는데 이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사상이다. 현재 우리가 가장 깨기 힘든 것은 다 학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제도만 바꾸면 되는 것이라서 가장 쉬운 것일 수도 있지만 대중의 사고가 바뀌어야 하기에 쉽게 될 것 같지 않다. 다 학제는 하나의 길로 교육을 마치는 것이 아니며 하나의 교과서로 통제하지 않는 것이다.

학습내용이 다 학제화되기 위해서 교사들의 교수 행위(teaching)는 교육과 사회변혁에 주체가 될 정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문화적 · 사회적 공간에서 교육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공부를 하는 장소와 시기에 새로운 모습을 구상해야 한다고 UNESCO는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학교의 형태나 건물이 아니라 새롭게 구성되는 학습 장소와 시간의 파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의 발표를 보면서 이를 기반으로 어떤 나라들이 변혁을 꿈꾸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코로나로 인해서 교육에 대한 시각이 더 빠르게 변화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은 공립 고등학교를 단체, 민간에 54% 위탁하여 각각의 특색을 유지하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공립학교들이 각각의 특색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 학제를 인정하고 교육내용, 교육 방법, 교사 역량을 서로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미국도 각 학교의 특색을 인정하고 학제 개편을 자유롭게 바꾸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교사의 역량에 많은 부분을 맡기려고 노력하는 독일 등의 나라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찾아볼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교육에 대한 개념이 바뀌는 계기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5. 19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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