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에 알아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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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앞에 두 권의 책이 있다. 한 권은 ‘AI 교육혁명’ 다른 한 권은 ‘교육의 본연을 찾아서’이다. 우리나라 1세대 교육학자이신 정범모 교수님의 저서 ‘교육의 본연을 찾아서’라는 책을 만나고 나서 나는 교육에 대해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었다. 1993년에 출판된 매우 오래된 책이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다시 꺼내 보니 여전히 지금의 사회상하고도 들어맞았다. 이 두 권의 책은 30년의 차이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일률적인 교육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 30년간 교육부의 수장이 수없이 바뀌고 그때마다 교육개혁을 주장했지만 바뀐 것이 없다. 책에서 정범모 교수님은 입시 준비와 시험 준비는 교육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현재에도 여전히 입시 준비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최근에 집필된 ‘AI 교육혁명’에서 ‘19세기 교육을 받는 21세기 학생들’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의 부재는 나의 정체성을 흔든다. 나는 교육학자이며 현장의 실천가로서 교육을 해야 한다. 나는 교육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고 늘 강조했다. 그렇다고 현재의 교육이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 또한 교육의 본질이 아니다. 교육은 일상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 본질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담당학생의 특성과 발달단계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더불어 학생들이 미래에 알아야 할 것과 직면할 문제에 대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선행학습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학생의 미래를 예측하고 도움이 되도록 근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학부 때 보았던 한편의 비디오가 생각났다. 그 당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영상을 지금처럼 자유자재로 찾아서 보기가 어려웠고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적은 시절이어서 비디오 한편도 귀한 때였다.

교수님이 프랑스문화원에서 가지고 오셨다면서 프랑스 유치원의 모습이 촬영된 영상을 틀어주셨다. 그런데 연세가 지긋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 느낌의 유치원 교사가 점프슈트 청바지 차림으로 유아들과 뒹굴며 잔디에서 놀고 있었다. 지금은 석성숲유치원에 늘 남성 교사들이 근무하고 있어 익숙하지만 그 당시에는 남성 교사가 낯설게 느껴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더불어 교수님의 설명은 더 이해가 어려웠다. 고학년을 가르친 교육경력이 많아야 유치원 교사로서 자격을 높이 평가하고 더불어 급여도 높다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를 하는데 굳이 고학년을 가르친 경력이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공감한다. 내가 한숲(졸업생들이 함께하는 대안교육)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았다면 무엇이 중요한 개념인지 교사들에게 현장감 있는 설명을 해 줄 수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수학을 할 때 덧셈, 뺄셈이 식으로 쓰여 있으면 쉽게 풀어내지만 문해력과 수학이 연결되면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유아기부터 일상과 수학을 연결 짓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교사들에게 설명한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은 내가 가진 지식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즐거움을 아는 것이다. 유아기부터 자연물로 덧셈, 뺄셈을 이해하고 배수 개념을 이해할 기회를 경험해야 한다. 책을 놓고 계산 빨리하는 것은 수학과 일찍 멀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등의 설명을 졸업생들의 사례를 통해서 생생하게 전한다.

아직은 공교육 4학년에 불과한 한숲 학생들에게 스스로 방정식을 만들고 해결하도록 철학 수업을 하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이항하면 부호가 바뀌고, 분자, 분모가 바뀌는 등의 규칙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왜 그런 규칙이 생겼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전혀 모르는 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할 수 있어야 완벽하게 이해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학교 과정이지만 각각의 논리로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고 토론한다. 이것은 선행학습이 아니다. 등식의 의미를 이해하고 1시간, 1일, 1주일간 하나의 수학적 개념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학부 때 보았던 비디오에서 고학년을 가르쳤던 털보 아저씨가 유아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하게 공감한다. 미래의 모습까지 유추할 수 있는 교사가 유아들에게 더 풍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유아들이 등호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놀이 계획을 세웠다. “우리 몸에 등호를 붙였어요. 양손에 같은 수의 물건을 들고 있는데 하나를 놓았어요. 등호가 그대로 성립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화면에 등호 표시를 그렸는데 선생님이 표시를 정확하게 하였나요?”, “등호의 의미를 이야기해보세요.” 정답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유아기부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끙끙대는 기회를 얻는 것이 중요한 경험이다. 유아기부터 경쟁과 입시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교육이 없는 세상에서 벗어나 멀리 내다보고 자세히 볼 수 있는 성인이 유아를 키워야 한다. 그렇게 자란 유아들이 이 세상을 살만하게 만들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10. 13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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