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세 이전에 투자해야 투자 수익이 있다. 6세 이전 투자에서 가장 우선하는 영역은 건강이다. 건강을 위해서 바른 먹거리로 평생의 식습관을 형성하고, 평생 운동습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뇌의 크기와 무게가 6세 이전에 형성되는 사실은 과학기술로 알아냈으나, 학습의 기전(machanism)을 촬영하는 기계는 아직 없으니 인문학을 동원해서 방법을 찾아보자. 여기까지가 그동안 유아기 투자에 대해서 내가 서술한 내용이다.
교육은 뇌과학, 학습이론 등 여러 학문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학문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이전의 관습을 답습하는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20년 전과 지금은 연구내용이 비약적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 밝혀졌다. 시대에 맞추어 목표는 다르게 설정하면서도 이전의 불합리한 교육방법은 고수하는 모순을 보인다. 이는 모든 연구가 실천 방법을 직관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전에 썼던 많은 교육이야기를 검색해 보니 나 역시도 구체적인 행동 제시를 하지 않고 매우 원론적이고 피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교육에 대한 입장을 정리 할 수 있도록 글의 흐름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지금 이글은 6세 이전 유아기에 투자해야 하는 많은 영역 중 극히 일부분인 뇌의 학습기제 발달에만 집중하여 서술하는 것이다. 유아기 교육의 모든 목적과 목표가 뇌 발달과 학습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미리 밝히고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모든 교육에서 아래의 질문을 철학적 기초로 답을 찾으려 노력하면 일관된 교육을 할 수 있다.
질문1) 교육 결과가 언제 드러나기를 바라는가? ⓵오늘 ⓶1년 후 ⓷20년 후
질문2) 미래를 위해서 현재는 불행해도 괜찮은가? ⓵그렇다 ⓶아니다
질문3) 교육을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⓵부 ⓶명예 ⓷학업성취 ⓸행복
뇌 발달은 공부 잘하는 목표에 부합되는 발달영역이다. 10년 후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6세 이전에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일까? 16살에 공부 잘하는 학생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업성취를 설명하는 변수로 가장 큰 설명력을 갖는 것은 메타인지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모두 IQ가 높은 것은 아님을 경험적으로도 알 것이다. 그래서 노력을 강조하고 누구나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노력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스스로 조용히 사고하는 과정을 즐기고 참을 수 있는 힘이다. 이 성향은 만족지연도 관련이 있으며 이 또한 하나의 능력이다.
즉, 공부를 잘하는 기초적인 성향은 메타인지와 만족지연이다. 따라서 학업을 위해서 유아기에 투자해야 하는 분야는 덧셈, 뺄셈, 한글 읽기가 아니라 메타인지와 만족지연 능력을 최대화하는 교육이다. 메타인지를 발달하도록 하는 조건은 오늘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도 꾸준히 실천하는 교육자의 능력이다.
“~~는 여기까지 스스로 했구나. 그다음도 할 수 있을까? 어디를 도와줄까?”
“아 그랬구나,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었는데?”이런 질문 속에서 스스로 하는 경험과 시간을 충분히 주었는지 점검해 보자. 6세 이전에는 사고하는 과정을 글로 쓰거나 그래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다리로 움직이며 실패하고 어지르면서 알게 되고, 이것을 설명하면서 앎의 기쁨을 느껴야 사고하는 뇌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교육법은 교재도 없고, 학원도 없다. 오로지 6세까지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모, 교사의 역량과 환경의 조성이다. 견고하고, 비싸고, 형태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멋진 장난감보다 실컷 변경시키고 분리수거 할 수 있는 재활용 만들기가 훨씬 도움이 된다. 손을 사용하여 자유롭게 만들면서 뇌는 더 많이 움직일 것이다. 움직일 필요도 없고 자신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영상을 보면 뇌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점점 생각하기가 싫어진다. 우리가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느끼면 운동하기가 귀찮아지는 것처럼. 메타인지 발달을 막으려면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는 지시적이고 수동적인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여기까지 해.”, “영상이 재밌으니까 그래도 뭔가 알게 될 거야.”, “친구도 다 하니까 너도 할 수 있어.”라는 식의 교육은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음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가 없다. 메타인지를 키우고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뇌를 위해서는 목표에 적합한 형식이 되어야 한다. 교사, 부모가 달라지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투자를 해보자. 교사와 부모의 메타인지와 만족지연이 유아들의 교육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다음에 만족지연의 힘에 대해서 살펴보려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3. 05.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