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째 교육 이야기를 쓰면서 글로 나의 교육방법과 신념을 알리려고 애썼지만, 우리 유아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 교사들이 영상이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수업에 차질을 빚는 것이 싫었다. 이는 지금도 여전한 철칙이다. 교사들에게 수업에 차질이 있다면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강조한다. 우리 유아들은 유치원에서 강조하고 지도한 내용을 행동의 기준으로 매우 잘 지킨다. 이는 강사가 하는 수업 없이 교사와의 교육이 일관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 유아들이 유치원에서 했던 활동을 영상으로 보게 되면 거부감없이 스마트폰을 보는 빌미를 제공하여 스마트폰 보기 면죄부를 주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유치원의 교육을 좀 더 쉽게 이해하도록 영상을 올리기로 했다. 유아들과 충분한 토론을 통해서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하는 도구로 삼는 것이라고 이해시키기로 했다. 우리 유치원에서 정말 온종일 노는 것 같이 느끼는 건 유아들의 일상과 상관없는 교재를 강요하거나, 주입식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아들과 교사 모두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각자의 개인적 특성이 모두 다르다. 그런 개체가 모이면 유아와 교사 그리고 유아와 유아 간에 생기는 사회관계가 살아서 숨 쉬는 하나의 또 다른 생명체가 된다. 그래서 교사와 유아들이 새롭게 만들어가고 새롭게 알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교재가 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연구하고 수업을 준비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전문적 과정을 통해서 늘 놀기만 하는데 많은 것을 얻어가고 사고력과 미래를 준비하는 기초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이후에 공부 받침을 해주는 것이 유아기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유아기에 가치 있는 놀이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나는 교과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교과서는 전문가 집단이 만드는데, 유아들의 교재는 검증되지 못해 낮은 수준이다. 이를 유아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학습이라고 잘 못 인식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의식변화에 기여하고 싶었다. 글보다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나의 교육 이야기가 매주 2쪽 정도 전달되는데 이조차도 읽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문해 수준이 내려간 상태이다.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성인의 디지털 부작용은 불과 10년 정도 발생한 것이지만 유아들과 미성년자들의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미래의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학습과 뇌의 연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석성숲유치원 교육의 최소한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교육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교재로 수업을 하는 유치원들과 비교당하는 것이 화가 난다. 유아 교육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리고 싶어서 Instagram과 YouTube에 올리기로 하고 그동안 전혀 관심이 없었던 다른 유치원들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올리듯이 일상에서 교육하는 영상을 올린 곳은 거의 없고 모두 다 화려한 행사를 찍어서 올리고 설명도 정말 비교육적이라고 느꼈다. 일상은 학습지, 강사 수업이니 올리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중에는 교육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교육의 미래가 걱정되는 영상이 있었다. 1박 2일을 유치원에서 합숙하는 영상이었다. 어른들이 다니는 나이트클럽 같은 조명을 연출하고 어두컴컴하고 반짝거리는 조명 아래에서 아이돌 음악에 맞추어 유아들이 춤을 추고 있는 영상이었다. 그러면서 그중에 제일 현란하게 추고 있는 어린이를 클로즈업하면서 ‘10년 후에 아이돌’이라고 메시지를 남기고, ‘잘 노는 아이가 똑똑한 아이’라고 써 놓았다. 이런 유치원에 보내는 부모들의 생각도 궁금하고, 이런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교원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이 놀이를 잘 노는 거라고 하면 안 된다. 어른들의 놀이라 해도 그런 놀이가 잘 노는 놀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라면 딱 그 정도이다. 하지만 유아들의 놀이는 신체, 학습, 인지, 정서, 사회관계 등 모든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유행에 편승한 자극적인 놀이를 하면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 유아들의 정서에 적합하지 않은 음악이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깊이 생각하고 잔잔한 자극에 위로를 받는 그런 정서를 형성할 수 없다. 둘째, 아이돌들의 음악을 따라 하고 춤출 정도면 너무나 많은 미디어에 벌써 노출이 됐다는 이야긴데, 그런 유아들은 책이나 잔잔한 자극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유아기부터 이런 경험을 교육기관에서 하면 청소년기에 그런 문화에 빠져들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렇게 자극적인 환경에 익숙하게 만들어 놓고 학령기에 책 읽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다그치고 갈등할 것이 뻔하다. 유아기는 놀아야 하는 시기이지만 놀이의 방법과 철학은 분명해야 한다. 유아기에는 귀여우니까 화려한 연예인 흉내를 허용하거나 학습지를 하느라 고생했으니 비교육적인 놀이를 허용하는 것은 곧 닥칠 학령기에 문제를 만든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4. 06. 23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