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성숲유치원의 신입 교원은 길게는 한 학기, 짧게는 2달을 교육과 연수를 진행하고 예비수업을 통해서 교육방법을 익힌다. 이때 신입 교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의욕이 넘쳐요”라는 말이다. 신입 교원들은 실습을 하거나 다른 교육기관에 근무하면서 피교육자(유아)들을 접한 경험들이 있으니 그 경험과 비교하여 말하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매우 뿌듯하고 내가 강조하는 교육 방향을 이루어주는 교사들과 학부모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유아들은 앞으로 많은 교육환경에 노출될 것이다. 유치원을 다니는 것으로 모든 교육이 끝나는 것이 아니며 유치원은 긴 교육의 항해를 시작하지도 않은 점검과 대비의 항구이므로 하나하나 기초 능력을 점검해 나가야 한다.
석성숲유치원의 교육 결과에 자신이 더 많이 생기고 있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자발성이다. 석성숲유치원을 다니면서 규칙 속에서 자유로움이 생기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 교육의 항해에 어떤 상황이 생겨도 힘을 내서 이루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유아기에는 뇌의 용량을 키우는 시기이며 뇌 안에 지식을 담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왔지만, 여전히 한글을 빨리 읽고, 숫자를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부모들이 있다. 다른 영역의 발달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데 앵무새처럼 한글을 읽고 숫자를 읽는다고 하여 ‘우리 아이는 발달이 빠르다’라고 말하는 부모들이다. 앵무새처럼 글자와 숫자를 읽는 것은 인지 발달이 빠른 것이 아니라 단순 암기를 하는 것뿐이다. 이런 단순 암기를 하는 데 에너지를 쓰느라 정작 그 시기에 발달해야 하는 영역들을 놓쳐버리면 불균형 발달을 할 수밖에 없다. 오늘 다시 한번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자녀를 양육하고 교육기관을 선택하기 전에 내 자녀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자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바라는 방향과 실천하는 교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자녀의 미래모습을 정했다면 그에 맞는 교육 방향을 정해야 한다.
여기서 자녀의 미래라고 해서 미래의 직업, 대학, 부의 정도를 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자녀는 부모의 부속품이나 자랑할 수 있는 액세서리가 아니며, 그들의 구체적인 미래는 아무도 정할 수 없다. 태어나는 순간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야 하는 개체이다. 바라는 미래상을 정하라는 것은 성향을 말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①시키는 일에 순종적인 사람 VS 무슨 일이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사람 ②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자신의 만족감을 지연시키며 실천하는 사람 VS 지금 힘든 것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 ③내가 지금 조금 부족해도 도전하고 발전하는 사람 VS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없으면 포기하는 사람 ④자신의 자유의지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사람 VS 타인의 시선에 연연하여 세상이 바라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 중에서 자녀에게 바라는 성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나열한 4가지가 나의 교육신념이며 유아기가 지나면 교육의 적기를 놓치게 되는 성향이다. 즉, 자발성이 있는 사람, 만족 지연이 되는 사람, 자기 조절력이 있어서 도전하는 사람, 타인의 시선보다 내적 만족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의 기초는 유아기에 거의 정해진다.
발달해 가는 과정에 따라서 교육방법은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요즘 전문가들이 교육에 대한 강의나 영상을 많이 제공한다. 많은 사례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강의나 영상에 아쉬움이 있다. 그 전문가들의 말은 모두 옳다. 하지만 발달단계에 따라서는 틀린 사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유아들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실례가 되는 말을 해도 이해해 주어야 하며 이런 내용을 나무라면 자신감을 잃는다는 내용의 강의가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조망 수용 능력이 발달하기 이전까지만 적용해야 한다. 조망 수용 능력이 생긴 이후에는 사회 관계기술을 가르쳐주고 훈육해야 한다. 이런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계속 강의내용을 적용하다가 발달 시기를 놓치면 사회 관계기술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다른 발달 영역까지 방해를 받는다.
발달단계에 따라서 적용해야 하는 교육이 달라지기 때문에 늘 가까운 곳에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 앞에서 제시한 자율성과 자발성을 위한 교육의 시작은 일상생활을 스스로 해결하는 연습부터 시작된다. 어른이 되면 어차피 하게 될 일상생활이지만 유아기에는 단순한 일상이 아니다. 유아기의 일상생활 능력은 단순한 일상생활이 아니라 모든 영역의 발달에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중요한 과업이며 ‘나도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갖게 하는 계기이다. 자발성과 자율성을 기르는 기초가 된다. 따라서 36개월 이후에는 스스로 입고, 먹고, 놀이를 고를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도록 가르쳐주고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자존감, 자발성을 갖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토대이다. 만족 지연, 자기 조절력, 내적 동기에 대해서는 이후에 하나씩 풀어가 보고자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3. 23.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