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육을 지켜주신 똘이 어머니께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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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칼럼

하원 준비 시간, 똘이가 하원 준비를 마치고 바닥에 앉는다.

똘이: . 재밌었다1). / 교사: 오늘 활동들이 재미있었어요?

똘이: 선생님, 내일 벌써 금요일이에요? / 교사: 네! 벌써 일주일이 지났어요.

똘이: 저는 유치원이 너무 좋아요2). 유치원에서 100밤 자고 싶어요.

교사: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오늘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이 뭐예요?

똘이: 목구멍으로 가서 소장 대장 하는 것3)도 재미있고, 그림도 재미있고 다 재미있어요.

똘이의 말 한마디에 담임과 필자는 너무 감동하여 행복했다. 위 일화 기록은 유치원에서 추구하는 놀이의 가치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재밌다1). 능동적이다2) 동적 활동이 인지 활동과 연결된다3).’ 필자가 늘 강조하지만, 유아의 기준에서 유치원은 놀아야 하는 곳이다. 2년 전 송이 아버지가 “우리 애는 똑똑한데 유치원에서 뭐 했냐고 하면 놀기만 했다는데 맞습니까? 왜 교육하지 않습니까?”라며 자퇴시켰다. 그보다 더 오래전 웅이 아버지는 “나가서 놀기만 하는데 교육비는 비싸니 내가 놀아주겠다.”라며 자퇴시켰다. 이 두 아버지는 나의 설명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아서 인상 깊었다.

똘이는 계속 놀았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음식물이 되어 숲에서 뛰어다니며 익힌 소화의 과정을 말로 표현할 정도로 메타인지를 키워가고 있다. 웅이 아버지가 친구들과 학습을 위한 놀이를 준비해 줄 수 있을까? 웅이 아버지의 전공이 교육학 박사쯤 된다는 전제하에 환경과 발달에 맞는 학습주제를 생각해 내고 즐겁게 놀이할 준비를 하려면 전업이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적절한 인원의 또래 친구가 없으니 정상적인 발달은 불가하다. 똘이는 온종일 놀았지만, 더 깊은 학습의 가능성과 학습량을 가졌다.

유아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나, 의무적으로 하는 일은 재밌지도 않고, 창의적이거나 능동적이지도 않다. 유아들에게 주입식 학습을 시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동적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나마 괜찮은 교사는 당근과 채찍을 고민하겠지만 어쨌거나 주입식 인지 교육은 유아기에 부작용만 야기할 뿐이다. 필자의 교육목적은 능동적인 학습자가 되어 현재나 미래에도 행복하게 공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8세가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인지 답을 찾아가고 있다.

학자로서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지만, 그저 논문으로 말할 수 있을 뿐 송이와 웅이 아버지처럼 이 사회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장벽을 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제자들에게는 후회 없이 해주고 싶다. 똘이는 학기 초에 캐릭터를 보며 좋아하던 유아였다. 지금의 똘이가 되기까지 부모님이 유치원 교육을 이해하고 가정에서도 일관되게 교육해주신 결과가 빛나는 것이다. 유아기에 남자 색, 여자 색을 강조하며 한 가지 색을 좋아하는 것, 외모를 치장하는 것, 편식하는 상황을 유치원에서 금지하는 것은 유아기의 특성 때문이다. 우리 뇌는 과하게 많은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가지고 태어나서 사용하는 분야만 남기고 가지치기한다. 생후 6년간은 주로 운동, 시각, 감각 등 생존과 관련된 분야의 대뇌피질이 가지치기하는 시기이다. 가지치기를 마치면 이 부분에서의 능력은 거의 고정이 된다. 따라서 36개월부터 6세까지 운동과 예술, 사회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많은 가능성을 밀어내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대로 성인으로 고정되는 것이다.

“우리 애는 밖에서 노는 것을 싫어하고, 힘들다고 해서 자퇴합니다.”일 년에 한두 명은 꼭 있는 자퇴 이유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인데 부모님은 유아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미성년자는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고 도움을 주는 것이 존중이다. 6세이전 운동과 신체 발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한국의 아동학대에 대한 세계기구와 일부 국가의 연구는 대부분 운동, 실외 활동과 관련되어 있는데 정작 당사자만 모르는 것 같다.

똘이: 어? 우리 정리할 시간이야!! 긴 바늘이 7에 갔어!! 선생님이 7에 가면 정리한다고 했잖아!! 얘들아!! 정리하자!!

똘이가 사회적 규칙에 민감해지고, 교사와 함께하는 주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은 스마트기기, 만화 등 자극적인 것을 경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쉽고, 편하고, 재밌는 기계는 유아기 뇌가 엉뚱한 가지치기를 하게 만든다. 신체 조절 능력, 감각과 성향의 발달 등 유아기에 이뤄야 하는 것들은 절대 기계 속에서 얻을 수 없고, 감각과 운동으로 얻는다. 똘이가 유치원이 재밌는 것은 친구, 교사, 바깥 놀이 보다 재밌는 것이 집에 없기 때문이다. 유치원이 재밌는 곳이 되도록 협력해주신 똘이 어머니께 감사하며 앞으로도 똘이 교육에 협력해주시리라 믿는다. 유치원에서 아무리 연구하고 노력해도 유아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이므로 부모의 조력이 유치원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3. 01. 01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