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치원 교사들이 자격증 승급을 위한 연수를 받았다. 예년 같으면 집합 연수를 했기 때문에 그 내용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터이지만 줌으로 강의를 듣고 있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나는 2003년 원장자격연수를 마지막으로 자격연수를 받을 기회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관심도 멀어졌다. 자격연수에 교수자로서 원하는 주제의 강의를 하면서도 비판적 시각으로 자격연수를 고민하지는 않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미 눈치 챘겠지만 연수내용에 대해서 실망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연수 방법에 대한 회의가 생겼다. 모두 같은 내용의 연수를 들어야 한다는 사고자체가 문제가 되는 세상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변화해야 하는데 정책이 사회흐름을 못 따라감을 느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직전교육이라고 한다. 이 직전교육은 아무 소용없다고 말하는 학자와 교사들도 있다. 대학에서 교사양성을 위해서 전문지식, 기술, 교육 신념을 습득하도록 하지만 효과성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의견도 있다. 나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교사가 되기 위한 직전교육이 적으면 구성주의 신념을 형성하기 어렵다. 나는 반드시 이론적으로 탄탄한 직전교육이 받쳐주어야 교사로서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연구자이다. 그러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의 논리도 이해한다. 이론은 언제나 이상적인 상황을 말하고, 안정된 결과를 추구하여 가능한 모든 사례를 일반화하여 설명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수히 많은 돌발 상황을 접하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는 선배의 조언이나 자신의 경험치가 최선이라고 믿게 된다.
이렇게 직전교육과 교육현장의 괴리 속에서 현실과 다른 이론을 불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 절망하고 직전교육에서 배운 이론들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며 현실과 타협하려 한다. 교육현장의 현실성, 돌발적 상황, 특이한 맥락을 일반화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교육전문가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잘못된 실천적 지식을 형성한다.
실천적 지식에만 의존하는 교사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순응하면서 자신들이 편안하고 사건·사고 없이 지내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 학습자들을 통제하는 방법을 발전시킨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이론적으로 해석해서 적절한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 교사들의 지적 능력, 판단 기준이 없으면 오류가 있어도 검증하지 않고 부적합한 실천적 지식으로 고정되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부적절한 실천적 지식을 공적인 연수에서 사용한 사례에 대해서 담당 공무원에게 항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 내용은 교사들의 승급연수에서 발견한 그릇된 실천적 지식 사례이다. 이 내용이 왜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다음 기회에 이 내용이 왜 잘못된 실천적 지식인지에 대한 나의 견해를 밝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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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들이 ‘유튜버’가 꿈이라고 해서 ‘먹방(먹는 방송)’ 촬영하는 기술을 알려주었더니 매우 좋아하고 재밌어했다.
- 공립이지만 ‘숲 유치원’이라서 다른 유치원의 몇 배의 예산을 쓰고 있으며 인력도 두 배 이상 된다.
- 유아들이 놀고 싶다는 것을 주제로 맘대로 놀도록 한다.
- 교사는 유아들의 놀이를 방해하면 안 되고 관찰하고 기록만 한다.
- 자유롭게 놀아도 유아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예쁘게 앉아있는 등의 통제가 계속되어야 한다.
- 놀이중심이라서 음악이나 미술조차 할 수 없다.
- 흥미 위주가 중요하기 때문에 공룡놀이처럼 유아들이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놀이를 숲에서 계속해도 개입하지 않는다.
- 유아들이 협동놀이 없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해도 개입하지 않는다.
- 놀이중심이므로 유아들이 좋아하면 책상 위에 올라가서 놀도록 책상도 활용하고 있다.
- 영화관놀이 하고 싶다고 하면 스마트기기를 찾아서 만화를 볼 수 있게 했다.
- 유아들이 엘사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해서 엘사 day를 정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1. 20.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