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숲교육 학생들이 점심 이후에 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신들의 교실에서 식사하는 것이 아니어서 가지고 놀 자료가 없어 보였다. “여러분 식사 이후에 놀 거리가 너무 없어 보이는데 교실에서 놀 거리를 좀 가져다 놓으면 어때요?”라고 제안을 했더니 “아니에요. 충분해요. 여기 있는 거로 충분히 놀 수 있으니까 가져다 놓지 않아도 괜찮아요.”라고 이구동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무엇을 하고 놀지 궁금해서 지켜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양치를 하자마자 신기하게 제각각 놀이를 만들어서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 잘 노는 학생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도미노 한 바구니를 한 학생이 가지고 세우기 시작하더니 그 옆에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몇 명의 학생이 같이 세우기 시작했다. 각자 세운 도미노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순서와 역할에 대해서 훤히 꿰고 있음을 느꼈다. 다른 한 무리는 배운 내용을 이용해서 스무고개 놀이를 하고, 또 한 무리는 건축물을 만드는 놀이를 하였다. 이렇게 잘 놀게 되기까지 이 학생들의 유아기가 떠오르면서 놀이의 중요성이 더 많이 실감 났다.
이 학생들이 모두 처음부터 이렇게 잘 놀았던 것은 아니다. 영희는 지금 늘 놀이를 주도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회적, 인지적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독서량이 대단히 많은 학생이다. 늘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학생이 되기까지 영희의 놀이성을 향상시키려는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영희는 여름반까지 늘 혼자 앉아서 그림 그리고 책을 읽는 등의 활동만 하려고 하였고, 칭찬받을 수 있는 놀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유아였다.
영희가 매일 밖에 나가서 놀고, 움직이는 신체적 자발성을 갖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사회적 자발성이 높아지면서 사회관계기술이 향상되고 친구들에게 놀이를 제안하고 친구와 잘 지내려는 성향이 있게 되었다. 한숲 학생들은 시험도 없고, 비교 대상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는 모르겠지만 현재 영희는 매우 빠른 인지발달과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래 표는 인지적 자발성의 특성이다. 그 문항에 있는 ‘놀이’를 ‘문제’로 바꾸어서 읽어보면 놀이와 인지학습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문제중심학습법(Problem based learning)’에서 요구하는 문제를 뜻한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학습법으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효과적이고 행복한 학습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자들의 이론 중 하나이다. 누군가 시켜서 마지못해 하는 학습의 괴로움과 비 효과성은 이미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놀이의 특성 중 인지적 자발성-
| 놀이(문제)를 만들어낸다. | 놀이(문제)를 만들거나 규칙을 바꾸는 등 창의성 | |||||
| 놀이(문제)에 정해져 있지 않은 방법을 만들어낸다. | 같은 놀이(문제) 다른 방법의 적용 | |||||
| 놀이(문제)에서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낸다. | 놀이(문제)에서의 응용 능력 | |||||
| 하나의 활동(문제)에 집중하기 | 하나의 활동(문제)을 정리하고 사고를 전환하는가? |
스스로 탐구할 내용을 찾아 공부하는 태도는 놀이의 경험에서 시작된다. 즉, 놀이는 자발적인 인지경험의 기초이다. 내가 한숲 학생들을 보면서 저렇게 놀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학습도 잘 해낸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유치원에 많이 결석했던 학생 중에는 신체적 자발성조차 시작단계처럼 돌아간 학생들이 있다. 움직이는 것을 즐기지 않고, 앉아 있으려 하고, 체력도 많이 떨어진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신체적 자발성이 흔들리면서 놀이를 찾아서 하는 인지적 자발성이나 친구나 교사를 대하는 사회관계 기술도 상대적으로 약해진 모습이다. 이제 서서히 좋아지겠지만, 길어질수록 결손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빨리 모든 것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조급함이 생긴다.
현재 유치원에 재원 중인 유아 중에서 움직임이 활발하여 신체적 자발성도 높고, 사회적 자발성도 높은 유아들은 인지적 자발성도 쉽게 높아져서 재밌는 놀이를 제안하고, 만들어낸다. 그런 유아들은 규칙적이고 일관된 환경만 조성해주면 이후에 학습도 자발적으로 이끌어 낼 것이 확실하다.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고,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놀이이므로 놀이를 통해서 학습을 대하는 자세를 익히게 된다. 봄반은 신체적 자발성, 여름반은 사회적 자발성, 가을반은 인지적 자발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즉, 봄반은 많이 움직이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여름반은 친구를 좋아하고 예절을 지키는 성향이 있는 것이 강조된다. 그래야 놀이가 인지발달까지 이끈다. 이 사실은 2018년 내 연구에서 발견하였다. 그 과정에서 늘 필요한 것은 즐거움의 표현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야 놀이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도 극대화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6. 23.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