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 우리 동네 졸업생 어머니가 (오 개념 돌아보기)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2학기 상담이 끝나고 교사들과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한 교사가 “우리 동네 졸업생 어머니가 석성숲유치원을 졸업하면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해서 이것저것 가르치고 준비시키는 기관을 알아봐야겠다.”는 00어머니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교사는 “얼마 전 00이가 문해활동에 흥미를 잃어서 여쭤보니 학습지를 시작한 것이 맞더라고요. 제가 나름 설명을 드렸지만 수용을 못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근거 없는 낭설로 인해서 석성숲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와 부모님들까지 기분이 상하고 오해가 커질 수도 있겠다고 느껴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학교 적응’은 대단히 복잡한 개념이다. 학교 적응에 대한 연구들은 학습 동기, 자발성, 사회성, 도덕성, 건강 상태, 인지발달 등을 요인으로 추출해 내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1학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교사들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지’가 아니라 사회성과 도덕성, 정서안정이었다. 독일의 Peter Häfner 박사논문에서는 숲 활동을 했던 유아들이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높게 평가받는다는 연구결과를 내었다. 나 역시 석성숲유치원 졸업생들의 학교적응에 대한 조사를 했을 때 특수한 상황의 유아를 제외하면 모든 영역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동네에서 언급되는 학교적응은 짐작컨대 학교에서 말썽피우지 않고 잘 앉아 있는 것, 교사의 설명을 잘 알아듣고 다른 학생들만큼 읽고 쓰는 것,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는 것 등을 말하는 것 같다. 이 세 가지 정도의 동네기준에서도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이 더 유리하다. 산만한 유아에게 바둑을 시키거나 학습지를 시키는 부모님은 이제 없을 것이다. 산만하거나 집중을 못하면 원인을 찾고 신체활동을 더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은 스트레스 없이 충분히 체력을 키우며 많이 움직였기 때문에 앉아 있는 활동도 몰입을 잘 한다. Peter Häfner 박사논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숲 활동에 관한 논문에서 일관되게 꼽는 숲 활동의 장점이 건강과 차분함이다. 오히려 학교에서 쓸데없이 너무 앉혀놓는 것에 적응하는 유아들이 안쓰럽다.

두 번째, 석성숲유치원은 교사와 한가지의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와 수업을 이어가기 때문에 여러 명의 비전공자가 들어와서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당한 학생들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참여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한 학년에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유치원 생활에서 한글과 수를 스스로 알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였다. 오히려 졸업이후 유아들의 자발적 지적 욕구를 어떻게 채워줄 것인지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관계 기술은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이 놀이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저학년에서는 운동능력이 교우관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므로 사회관계에서도 석성숲유치원 유아들이 유리하다. 만약 나쁜 언어를 사용하고 스마트기기에 빠져있는 것을 적응이라고 한다면 이 또한 쉽게 물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모두 다른 유전자와 배경을 가졌기 때문에 모든 유아가 석성숲유치원에서 같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수는 없다. ‘우리 동네 졸업생’이 내 자녀와 같은 유전자, 같은 환경이라면 그 졸업생 부모님의 말을 믿을 수도 있다. 석성숲유치원을 졸업해서 적응하기 힘들다고 느낀 부모님이라면 석성숲유치원 재원당시 발달에 대해서 함께 노력해 줄 것을 봄 반부터 교사가 권면했을 것이다. 아마도 재원기간에 부모님은 ‘아직 어리니까. 몸도 약한데, 귀찮아서. 어려워서’ 등의 핑계로 발달에 방해가 되는 양육태도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며 이제 와서 석성숲유치원을 졸업해서 그렇다고 일반화 하고 싶었을 것이다.

유아기 이전 발달이 문제가 있으면 정상발달로 돌이킬 수 없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함께 노력해 주신다면 발달수준에 관계없이 유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곳이 석성숲유치원이다. 석성숲유치원은 유아에게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동기화, 메타인지, 만족지연 등의 잠재력과 체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아기 이후에도 무엇을 하든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목표로 연구에 기반한 실천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석성숲유치원의 정체성이다. 석성숲유치원의 어떤 활동도 이론적 근거가 없거나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실시되는 것은 없다.

갈릴레오의 지동설은 오 개념을 깨지 못한 확증편향과 동조의식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석성숲유치원에 다녀도 부모님이 비과학적 교육에 동조하고 교사의 요청을 외면한다면 석성숲유치원의 교육적 가치를 누릴 수 없으며 자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라면 교육에 대한 잘못된 사회 관행에 동조하고 확증편향을 갖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제는 사회가 달라진 만큼 교육도 과학적 사고로 받아들일 때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10. 27. 교육이야기

칼럼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