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누구와도 친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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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내가 좋아했던 100권짜리 위인전집이 있었다. 나는 그 중 ‘헬렌 켈러’와 ‘베이브 루스’를 좋아했다. ‘헬렌 켈러’에서 내가 좋아한 위인은 위인전의 주인공이 아니라 ‘설리번 선생님’이었다. 차별을 딛고 일어선 헬렌 켈러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차별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에 설리번이 더 훌륭하게 느껴졌다. 야구의 규칙도 모르던 내가 ‘베이브 루스’를 좋아한 것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프로야구 이야기와 엄청난 노력으로 성공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노력의 결과로 엄청난 부를 누린 베이브 루스가 대단하게 느껴졌으니 ‘노력해라, 성공해라.’ 그 시대의 개인주의적이고 성공 신화 가치관이 은연중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모두 위인이라고 하는 ‘간디’, ‘김구’, ‘링컨’ 등을 읽으며 “왜 이 사람들이 훌륭하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질문을 하지 못했다. 모두 훌륭하다고 하는데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 창피했기 때문이다. 나의 초등 1, 2학년 이야기를 떠올리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지는 가치관을 생각해 보려 한다. 나는 다행히도 유년기에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이어서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지금 나의 가치관은 시대의 변화와 학습으로 달라져 왔다. 비폭력, 무소유를 고수한 간디, 자신의 힘을 다해서 나라를 구하는 김구 선생, 정치 상황에 휘둘린 것이라고 폄하되기도 하지만 노예해방을 이뤄낸 링컨의 위대함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시대에 앞선 사고와 사회의 불의에 맞서는 용기 있는 신념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어려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더불어 그 시대의 분위기도 사상적 신념보다 경제력만 강조되는 시대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에는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있다.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나라 국민 모두 이런 의식이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화를 위해 영어를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지만, 세계에 나가서 살아갈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인지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삶에 실패하는 것은 결국 의식의 수준이 능력보다 미달하기 때문이다. 언행의 반복된 실수는 의식 수준을 반영한 것이다. 어린 시절 나처럼 이해가 안 되는데 비난을 피하고자 마음을 숨기다가 문득문득 드러내는 것 같다.

미 연방 교육부 초중등교육법 제4편(Title IX) 교육 프로그램 및 활동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에 생물학적 성별뿐 아니라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과 성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모두 금지한다고 명시하면서 성차별의 해석 범위를 새롭게 확대하였음(U.S. Department of Education , 2021.06.16.).

얼마 전 위와 같은 소식을 접하며 나를 돌아보았다. ‘아, 저만큼 달라지고 있는데 내 의식은 과연 따라가고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나의 목표는 우리 유아들에게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과 지구촌 누구와도 친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다. 의식 수준이 유아기에 자리 잡지 못하면 나중에 달라지려 해도 마음마저 바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교사의 생각과 교육 방법이 앞서 있어야 한다. 교사는 무소불위의 능력자가 아니고 학습자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학습자 중심(존중)의 최신 교육이론이다.

교사: 우리가 방금 실험한 것을 이야기해 보세요.

콩이: 물에서 소금이 더 많이 녹았어요!

교사: 우리가 한 실험이 조해성 실험이에요. 조해성이 무엇일까요?

콩이: 아!! 아!! 나 알겠다!!!

교사: 콩이가 알게 된 조해성을 설명해보세요.

콩이: 소금은 기름이랑 안 친해서 안 녹고 물은 친해서 녹는 거! 그런 거 아니에요?

위와 같이 수업 전개를 하려면 자신을 내려놓고 유아들이 생각하도록 돕겠다는 학습자 중심(존중) 신념을 가져야 한다. ‘조해성’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외우도록 하는 것이 쉬운 교수법이지만 학습자에게 권한을 주면 학습효과가 월등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학생이 존중받는 경험을 한 것이다. 반면 지시적인 교육은 순종과 강압의 자세를 알게 한다. 유아기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부모님의 가치관 못지않게 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이 살아갈 시대를 미리 반영하는 수준의 가치관, 의식, 신념을 가져야한다. 교사를 선생님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으며 그래야 미래가 있다. 대학생은 교수의 모든 생각에 고스란히 동조하거나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와 교사에게 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적어도 10세 이전의 학생을 지도하는 부모와 교사는 건강하고 시대에 앞선 가치관을 가져야 마음과 지식이 모두 건강한 미래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7. 22.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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