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만들어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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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만들기는 어린이날마다 늘 해오던 행사이다. 비눗방울 놀이를 행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며칠 동안 많은 가짓수의 재료들을 조합하여 비눗물을 만들고 비교하는 작업이므로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 몇 년 전 우연히 TV에서 비눗방울로 묘기와 같은 퍼포먼스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커다랗게 만들어서 사람을 감싸기도 하고 재밌는 모양도 만들기도 하였다. 이 장면을 보며 어린 시절 비눗방울 놀이를 했던 기분 좋은 경험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이내 “어떻게 하면 저런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 유아들이 직접 만들 수 있으면 좋은 경험이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비눗물 만들기는 일 년에 한 번씩 며칠에 걸쳐서 해야 하는 과학 놀이가 되었다.

그런데 교사의 평가를 보니 우리 봄 반 어린이가 어느새 많이 성장해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질문을 한 내용이 있었다. “이거(물풀)는 왜 넣는 거예요?”라고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질문이 없어도 교사는 과학 활동으로 이런 내용의 질문을 하고 해답을 찾도록 했겠지만, 유아들이 먼저 질문을 만들고 찾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학습자의 태도이다. 좀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비눗방울이면 비누만 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물풀을 넣으면 뭐가 달라지나요?” 등 더 구체적인 질문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봄 반에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성장하면서 이렇게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질문과 혼동하면 안 되는 것은 무작정 “왜요?” 하는 습관이다. 그냥 말 걸기 위해서 혹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서 무엇이 궁금한지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내뱉는 습관적인 말 습관은 경계 대상이다. 이런 습관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이고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질문과 차원이 다르다.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학습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주변 어른들이 일상에서 질문의 본보기가 되어 주어야 한다.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요즘 주변 성인의 문해력도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유아들에게 설명해 주기보단 스스로 사고할 기회를 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다른 학급 교사의 발문이다. “(물풀을 보여주며) 이것은 물풀이에요, 비눗방울을 만들기 위해 이 물풀이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요? 생각하고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질문을 하였다. 이처럼 질문을 통해서 사고를 촉진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석성숲유치원의 교육 계획안에는 <발문>을 쓰는 칸을 만들어 놓았고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요즘 한숲 학생들의 철학 수업을 진행한다. 이번 주에는 생활에서 스스로 배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산책을 하다가 교육의 사례로 사용할 만한 것을 발견했다. ‘경작금지’ 표지가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한숲 학생들이 올해 농사를 짓기 위해서 땅을 빌리는 계약서를 작성해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사례였다.

  1. ‘경작금지’라는 글자를 본 사람은 어디서 보았는지 말해주세요.
  2. 경작금지의 뜻이 무엇일까요?
  3. 비어 있는 땅에 작물을 좀 심어도 되는 거 아닐까요?

이런 질문들을 학생들에게 했다. 학생들은 길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다는 것 외에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잘 알지 못하는데 왜 먼저 질문하고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나요? 우리가 배워야 하는 많은 것들이 일상에 산재해 있어요. 이런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알아보려는 사람이 큰 발견도 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궁금한 것이 많아야 해요. 그 궁금한 것들을 해결하려는 마음이 여러분을 자라게 하고 즐겁게 공부하도록 하는 겁니다.”

학습을 하고 공부를 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전에는 궁금증을 바로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의지만 있으면 학습하기 좋은 환경이다. 그래서 이제 국가수준 교육과정, 교과서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전에는 지식의 제공이 한계가 있었으며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가르치려면 학습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학습 방법이었다.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찾아내는 것은 인지적으로 뛰어난 사람만 가능한 것이었고, 대부분은 주어진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를 잘 활용해서 나만의 지식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요구된다. ‘아빠 찬스’가 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다.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도 국민 정서에 위배된다고도 한다. 그런 사건들을 보면서 위법이든 합법이든 눈에 보이는 사건들이 아니더라도 부모에게 받을 환경의 영향은 배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학자로서 나의 신념이다. 내 자녀가 성공적인 학습자이길 바란다면 지금 당장 해 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부모님이 세상에서 질문거리를 찾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2. 05. 09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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