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다시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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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수 시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한 교사가 “00이 어머니께서 도르래 만들기 자료가 필요하다고 전화를 하셨는데, 어떤 자료를 보내드리면 좋을까요? 수업 시간에 보려고 만든 PPT를 보내드리는 것이 나을지 사진을 보내드리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어서요.”라고 질문을 했다. “PPT 자료에 사진을 넣어 한쪽으로 만들어서 가져가고 싶은 유아들 모두 가져갈 수 있게 해주시죠.”라고 답을 했다. 요즘 가을반이 역사에 대한 활동을 하면서 정약용 선생님이 만든 거중기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도르래 만들기를 선생님과 했다. 가능한 구하기 쉽고 망쳐도 부담 없는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만들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치원에서 했던 활동을 유아들이 집에서도 혼자 해보려는 의지를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도르래도 종이컵, 털실 등을 이용해서 가정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재료들이다. 이처럼 우리 집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재료일 때 더 의욕도 생긴다. 때로는 “어, 이 재료는 없는데 뭐로 대체하면 좋을까요?”라고 교사에게 묻고 상의도 한다. 어제 연수 시간에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니 교사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봄에 심기를 핵심어 때 간식 토마토를 먹다가 씨를 심으면 토마토가 나는지 유아들이 물어봐서 찾아봤어요. 가능하다고 해서 유아들과 실험 삼아 심었거든요. 정말 잘 자라서 열렸어요. 유아들이 집에서도 심는다고 했나 봐요. 부모님들이 정말 토마토 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00이가 집에서 전개도 그리기를 하니까 이모님이 보고 이렇게 어려운 공부 하냐고 물었더니, 아니? 나 유치원에서 놀기만 하는데? 라고 했대요.”

“집에서 동시 외우고, 임금님 계보 외우고 그런 것도 많이 한 대요.”

“버섯 핵심어 하니까 버섯 도감을 사달라고 했대요.”

“세계 여러 나라를 하면서 지구본에서 나라 찾기를 하고 관심을 많이 가진대요.”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유아들에게 “지금 이렇게 재밌게 놀이하는 것이 정말 훌륭한 공부를 하는 거예요.”라고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들에게 놀이는 공부이다. 뒤집어서 공부가 놀이처럼 재밌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주어야 이후 공부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질 것이다. 유아들에게 최고의 공부는 유치원에서 했던 활동을 집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 해보는 것이다. 만약에 유치원에서 학습지나 숙제를 강요했다면 아마도 안 했겠지만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에서 놀이하면서 복습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가정연계이다. 유아들이 이렇게 혼자 놀이를 할 줄 모르면 스마트기기에 의존해서 수동적인 놀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취학 후에 책으로 학습을 할 때 스스로 즐겁게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유아기에 스스로 놀이를 하면서 앎의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아기에 스스로 놀이한 경험이 있어야 학령기에 스스로 공부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연구들은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놀이가 공부이고 공부를 놀이처럼 해야 한다는 것을 유아들에게 좀 더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정말 재밌게 놀이할 때 “와, 대단한 공부를 했구나. 연구를 하고 있네.”등의 격려를 해주도록 교사들에게 연수해야겠다.

가정연계 활동의 의미는 복습이다. 배운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익히는 의미이다. 지금은 유치원에서의 활동을 가정에서 이어서 하는 자료를 만들고 누구나 똑같이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 싶은 것만 가지고 가도록 하고 있다. 이제 조금 바꾸어서 무엇이든 자료를 원하면 줄 수 있도록 해보아야겠다. 가정에서 유치원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시간과 공간의 규칙이 있어야 유아들도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너무 산만하게 이곳저곳을 다니거나 식사, 귀가, 취침 등의 시간이 불규칙하면 계획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둘째, 유치원에서 한 일을 먼저 묻지 않아야 한다. 갑자기 물어보면 시험을 치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대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부모님이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는 것이 대화를 이끄는 방법이 된다. 셋째, 무엇을 하자고 먼저 제안하지 않아야 한다. 심심하거나 할 일을 스스로 찾았을 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결국 모두 부모님이 먼저 나서서 하지 않고 조력자, 협동학습자가 되어준다는 생각으로 자녀를 대하면 된다. 유아기에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양육자로서 무엇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고 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라며 다음에 이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9. 08. 교육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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