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유아들의 발달 결손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수도 없는 고민과 시도를 하는 1년이다. 신체발달과 사회관계 기술이 어린 단계라는 것이 확연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가을반 쯤 되면 유머 감각도 더 발달하고 상황에 맞는 융통성 있는 태도를 갖는데 현재의 가을반은 아직 그런 수준의 도덕성 단계나 유머 감각을 보이는 유아가 드물다. 무엇으로 비교할지 내가 고민을 하자 한 교사가 제안했다. “가게 놀이 평가 자료를 비교하면 확실하게 보일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 보시면 차이를 분석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가게 놀이’는 같은 주제를 해마다 정성 들여 길게 진행하는 활동이므로 좋은 생각이라고 동의했다. 그래서 몇 년간 가게 놀이 평가 자료를 모두 찾아서 읽었다.
(사례1)
숲 활동 시간, 동민이가 가게 주인 역할로 가게 놀이를 하고 있다.
동민: 어서 오세요~
진심: 이 솔방울 얼마에요?
동민: 이건 2숲이에요. 2숲.
진심: 2숲? 음.. 여기 10숲이요.
동민: 네~ (동민이가 10숲을 받고 챙겨 넣으면서 도와달라는 눈으로 교사를 본다.)
교사: 음……. 동민이가 10숲을 받았어요. 2숲만 필요하지만 10숲을 받았으니 나머지만큼 남겨주어야 해요. 자. (돌멩이 10개를 놓으며) 10숲 받았는데. 2숲만 썼어요. 몇 개 남았어요?
동민: 8개! 아~ 8숲!
교사: 네. 8숲짜리 돈은 없으니 만들어서 돌려주세요.
동민: 아하!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팔! (2숲이나 3숲은 이용하지 못하고 1숲짜리로만 8개를 센다)
(사례2)
교사: (동화 내용)100원이 5개가 있으면 500원이 된단다.
경민: 맞아. 100원이 5개 있으면 500원 되고 100원이 10개 있으면 1000원이야.
교사: 여기 나와 있는 돈을 우리 숲으로 바꾸어 볼게요. 피자빵은 10숲이에요. 주인공은 2숲짜리 밖에 없어요. 몇 개를 내야 하나요?
니모: 5장!
(사례3)
동생들에게 물건을 사러 동생반에 간다.
동생반 교사: 이건 모두 다 해서 320숲이에요.
똘이: 너무 비싸요! 깎아주세요~
동이: 맞아요. 50숲 정도는 깎아줘야지요~. 270숲에 주세요.
위의 사례 중에서 어떤 사례가 코로나 이전 내용인지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사례2)와 (사례3)이다. 2배수의 개념도 이해하고, 흥정을 시도하는 넉살 좋은 사회성도 있고, 100단위의 계산도 가능하다. 1이 열 개 모여서 10이 되고, 10이 열 개 모여서 100이 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쉬워 보이지만 그리 녹록하지 않은 어려운 개념이었다는 것을 이번 유아들을 보면서 느꼈다. 유아들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가을반 유아들이 코로나 이전 봄반에서는 평균적으로 발달이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유아들의 문제가 아닌 교육경험의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공기를 체감하지 못하듯, 그동안 유아들의 인지발달은 늘 밖에서 놀이에 많이 노출되었기에 힘들이지 않고 얻은 결과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이번에 거의 1년의 놀이를 잃어버린 유아들을 통해 공기(놀이)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럼 놀이가 아니라 수학을 책으로만 하는 유아들은 코로나의 타격이 없을까? 유치원에서도 교재로만 했다면 집에서 교재로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금방 정신이 들었다. 유아기는 개념을 쌓는 시기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놀이가 충분하지 않으면 저학년의 쉬운 문제를 풀 수 있어도 곧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매우 보편화된 당연한 발달이론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금과 같은 사상초유의 상황에서도 지켜야 한다. 유아들은 발달의 순서가 정해져있다. 신체놀이를 많이 하고 친구들과 관계 맺음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이를 바탕으로 인지발달이 원활해진다. 발달의 순서가 지켜질 수 있도록 놀이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인지발달에만 집중해서 다그친다면 학습에 대한 흥미만 잃게 된다. 신체놀이, 사회경험을 충분이 하도록 더 많이 교육적 놀이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최선이다. 충실히 놀이하면서 발달이 조금 늦어지는 유아도 있을 것이고, 놀이를 빠르게 진행해서 정상 궤도에 오르는 유아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놀면서 자신의 발달을 자발적으로 이끌어 가지 못하고 외력에 의해 끌려간다면 풍선효과로 어딘가 생채기를 남기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21. 07. 15. 교육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