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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콩이 커졌어요~!
- 그리고 이게 뭐에요? 껍질이 있어요.
- 몸이 커지니까 껍질이 작아서 튀어 나왔어요.
하루 동안 불린 콩과 날콩, 그리고 삶은 후의 콩을 비교하면서 화학변화를 알게 된다. 과학 활동으로 연계하면서 변화를 예측 한다. 어렵게 말하자면 가설을 설정하는 것이다. 유아들이 세운 가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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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딱해져요.
- 변화가 없을 것 같아요.
- 더 뚱뚱해지나?
삶기 전 가마솥에서 삶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측해 보고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가마솥으로 가서 삶아진 콩을 열어보며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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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무슨 냄새가 난다.
- 이거 고구마 냄새 같아.
- 선생님, 이 콩 먹어도 돼요?
- 이 콩 진짜 맛있다.
어떤 반은 너무 먹어서 메주가 작아진다. 유아들이 콩을 먹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땅콩을 심으러 가서는 날 땅콩이 맛있다며 절반은 먹는다. 콩으로 활동을 하면서 콩도 잘 먹게 되었고 된장국도 잘 먹는다. 가을반은 콩으로 젓가락 대회를 한다. 늘 보고 먹었던 콩도 정말 많은 영역의 활동을 제공한다. 아주 오래전에 나의 은사님이 “유치원 선생은 돌 하나 가지고 한 달은 놀 수 있어야 하는 거야”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에는 많은 교육학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시간이 지나고, 나의 경험과 배움이 쌓이면서 점점 더 많이 느낀다.
유치원 선생은 유아들이 작은 자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의를 끄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흔한 사물로도 여러 가지 발달영역에 맞는 놀이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유아들이 작은 자극에도 많이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끄는 발문의 귀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유치원 교사가 가장 다른 교사들 보다 창의적이고 순발력이 있어야 하며 인성 또한 훌륭해야 한다.
유아들이 사유하고 성장하고 학습을 하는 모든 활동은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매우 잔잔한 과정이다. 책을 읽는 것이 정말 재밌고 흥분되는 활동인가? 친구와 생각을 나누는 것이 매우 흥분되는 활동인가? 선생님의 질문을 듣고 답을 생각하는 것이 쉬운 활동인가? 유아기에는 뇌가 이런 작은 자극에 움직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도 공부하고 사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큰 자극에 쉽게 빠지는 시기도 유아기이다.
성향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아기에 큰 자극에 노출되면 영원히 작은 자극은 시들하고 집중할 수 없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공부를 한다면 참고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큰 자극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큰 자극이라고 해봐야 뛰어노는 것이었다. 오히려 신체발달을 돕게 되는 바람직한 활동이었다. 그러나 청소년기까지 몰려다니면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뭐든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활동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다음 세대는 TV가 가장 자극적이었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좋다고 해도 책을 읽을 때처럼 사유하면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거기에 장사속이 보태져서 어떻게든 빠져들게 만들고 세트 상품까지 등장하니 유아들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이제는 스마트 기기까지 더해졌다. 가장 자극적인 요소를 갖추어서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 빠른 전개, 생각할 필요가 없는 짧은 전개는 유아들의 뇌를 강타한다. 거기에 부모님은 늘 보상으로 이 독을 쥐어 주다보니 이는 더 큰 선물처럼 느껴지고 협상의 대상이 된다.
콘텐츠가 교육적이라서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많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 자체가 유치원 가는 것 보다 쉽고, 몸도 편하고 시간도 잘 가고, 보상으로 받은 만큼 더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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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가면 0튜브 20분 보여줄게.
- 엄마가 일하는 동안만 보는 거야.
- 싸우지 않고 조용히 있겠다고 약속하면 0튜브 20분 보여줄게.
내 자녀에게 했던 이런 말과 행동들이 유아들의 사고, 사회활동, 인지발달을 갉아먹는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04. 16. 교육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