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발달은 출산 후부터가 아니라 태내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과학의 힘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시대와 우리나라의 고문에서도 태교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데 과학의 발달이 이를 좀 더 정확하게 증명하고 있다.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 유아들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 시간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더 늦기 전에 아쉬운 부분들은 힘을 합쳐서 채워나가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태아가 외부 환경에 그리고 부모님의 감정이나 행동에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의학이 발달하고 촬영이 가능해지면서 모두들 알게 된 사실이다. 태아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엄마의 정서적인 안정은 곧 아기의 정서적 안정이 된다. 그리고 뇌세포 발달에 중요한 요인은 단백질 섭취와 자극이라고 의학계는 밝히고 있다. 과학, 의학자들은 사실 그대로를 설명을 하고 밝히는 것이 과업이다. 그런데 나와 같은 교육실천가는 부모님이나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찰스부르크 대학의 게르하르트로트만 교수는 411명 태아에 대한 어머니의 4가지 태도를 추적하였다. 아기를 바라는 어머니, 아기를 바라지 않는 어머니, 가족 모두 아기를 바라지만 엄마는 거부하는 경우, 엄마가 무의식에서 바라지 않는 아기. 이렇게 네 가지 부류로 나눴다. 아기를 바라고 즐거운 어머니는 아기도 모두 건강했고, 아기를 싫어하는 어머니는 임신 중에 많이 아팠고 조산이나 미숙아의 비율이 높으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기가 태어났다. 가족이 모두 좋아하지만 어머니가 거부하는 아기와 무의식에서 원하지 않았던 어머니에게서는 무기력하고 둔한 아기가 태어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 아기를 가졌을 때를 회상하면서 지금이라도 아기가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아기를 정말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만약에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면 태어난 이후 지금이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게 필요하다. 태어난 이후에라도 자신이 정말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안아주고, 배고프지 않게 해주고, 청결하게 해주는 매 순간마다 다정한 목소리와 손길이 담겨있어야 한다.
프로이드는 태어나고 바로 맞게 되는 시기를 구강기라고 했다. 구강기는 생물학적으로 기본적인 반응만 가지고 태어난 아기가 자신을 보살펴주는 어머니와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시기이다. 이때 충분히 외부 환경과 접촉을 할 수 있고 어머니가 많이 안아줄 수 있고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한다면 태내기의 결손은 많은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
구강기는 대상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는 심리학자 에릭슨의 발달단계와도 일맥상통한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대상관계란 타인과의 신뢰, 정서 등이 개인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생리적 욕구를 사랑으로 충족시켜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세상에 대한 신뢰와 자신을 갖는다. 영아는 생존에 가장 중요한 입술 점막이 민감하며, 먹는 과정에서 구강 욕구를 만족함으로써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좋은 감정을 갖는다. 프로이드는 구강 인격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구강기에 욕구가 좌절되면 폭주, 애연, 과식과 과욕 등의 바람직하지 못한 성향을 얻을 수 있다고 극단적으로 설명했다.
구강기는 정신분석학에서는 출생에서 1.5세 정도로 생각하는데 이 시기에 부모님들은 어떻게 해줘야 될까? 반대로 구강기를 지난 현재의 모습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성향을 보인다면 지나온 시간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과욕, 과시욕 등의 성향을 보인다면 부모님들께서 약속을 함부로 해서도 안 되며,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켜 줌으로써 세상은 믿을 만 하다는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왜 지키지 못하는지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주고 믿음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발달단계에서 이전단계 결손 부분은 그리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누적되기 전에 노력하고 실천하면서 채워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쉽사리 고쳐지는 것이 아니므로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자녀를 위해 노력해 주어야 한다. 태내기의 마음과 환경, 구강기의 애착, 대상관계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구강기까지 생각해 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그 다음 발달에 발달을 이어서 설명을 해보고자 한다.
교육학박사 임은정의 2019. 12. 21. 교육이야기